잔치를 벌인다는 전갈을 받고/ 고향으로 달려갑니다
객지로 떠날 때는 홑몸이었는데, 어느새/ 식구가 셋이나 늘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도란도란 얘기들은 몸보다 먼저
집 안마당에 도착을 했나봅니다
소달구지 덜컹대던 마을 앞길은
자동차가 들고나는 훤한 신작로가 되었구요
이웃집 담 넘어 까지 손을 뻗친 감나무는
튼실하게 익은 대봉감 몇 개를 마당에 슬쩍 떨구어 줍니다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바람 따라 출렁거리고
논둑길에서 마주친 길상이며, 용이며, 평산이를 닮은
허수아비들이 빙그레 웃으며 악수를 건넵니다
남정네들의 떡메 치는 소리와 아낙들의 수다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마을이 들썩들썩 합니다
잔치음식을 맛보고 싶은 살림살이들 달그락 소리도/ 덩달아 부산합니다
버선발로 마중 나오신 어머니 등 뒤에선/서희 아가씨가 수줍게 눈인사를 건넵니다
선선한 저녁바람이 잔치준비에 바쁜 사람들의 땀방울을 식혀주고
한가위 달빛은 온 동네에 넉넉하게 내립니다
내년 가을에는 어머니가 낳은 새로운 자식들이
평사리 들녘을 찾아 오늘처럼 하나 둘 다시 모여들겠지요
그래서 먼 훗날에는/ 어머니가 낳은 자식들 모두모여
최 참판 댁 마당에 커다랗게 차양을 두르고
오늘보다 풍성한 잔치판을 질펀하게 벌이기도 하겠지요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이야기를 듣는 평사리의 밤이 깊어 갑니다
간도로 떠났다가 여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오늘밤에는 꿈속에서나마 만나 춤이라도 한바탕 신명나게 추어보고 싶습니다

‣ 토지문학제에서 큰 상을 받아본 시인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일 것이라는 느낌, 냄새가 아름답게 진동한다. 몇 년을 갈고닦는 동안 반드시 평사리 그 큰 무대에서 반드시 상을 받고 말리라는 결심이 시인을 용맹정진으로 내몰았을 것이고, 마침내 그 뜻을 이루자, 시인을 느긋하다. 그제서야 소설 속 인물 한 명 한명을 떠올리고, 호출하여 평사리 잔칫상으로 불러내는 시인, 시인이 맛본 그 잔치음식은 아마 “평사리문학대상”이라는 걸게 차린 음식이었으리라. -최영욱 시인-

-. 지연구 시인은 강원도 원주시에서 태어나 2014년 충북작가회의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하였고, 2017년 평사리문학 대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