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동에서 나고 하동에서 자랐습니다. 많은 친구와 지인들이 꿈을 쫒아 대처로 나가 크고 작은 성공들을 거두었지만 저는 언제나 변함없이 제 고향 하동을 지키겠다는 꿈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오를 다져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의 이 마음을 하늘이 알았던지 많은 분들의 도움 아래 수 차례에 걸쳐 고향 하동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직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저 개인뿐 아니라 가문의 영광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뒤돌아 보건데 그것의 대소를 불문하고 공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앞서 좌충우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눈도 밝아지고 경험도 쌓여 이제는 정말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저의 자신감과 포부와는 달리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근소한 표 차이의 낙선이었습니다.
  제 일생 동안 좌절의 순간이 어디 그 한 번뿐이었겠습니까 만은 당시 낙선을 확인하는 순간 저는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자신을 추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니 실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어떤 지지자 분들은 저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서로의 눈물이 합쳐지는 그 순간에 역설적으로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승리의 환호 속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선거가 치러진지 만 1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간혹 당시의 패배에 대한 위로의 말을 듣곤 합니다. 혹자는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도 하고 또 혹자는 “굽은 소나무가 고향을 지킨다”는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또 혹자는 “작년보다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때로는 쉬어도 가야한다”라고도 합니다. 정말 감사한 말씀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한 분의 위로의 말씀이 귀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말씀들 중에 유독 “굽은 소나무가 고향을 지킨다”는 말이 제 머릿속에 맴돕니다. 많은 좌절이 있었던 것은 제가 재목으로 쓸 곧은 나무가 아니라 하등 쓸모없는 굽은 나무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고향을 지키려 합니다. 아니 그래서 고향을 지킬 수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지방선거 패배로 저는 다시 한 번 고향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직에서 물러난 지금 저는 제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가질 수 없는 귀중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저는 먼저 제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있습니다. 
고향 하동의 구석구석을 다시 돌아보며 생각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또,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손 놓고 있었던 독서도 간간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다시 때가 오면 군민 모두의 손을 맞잡고 하나 되어 고향을 지키는 직분에 부름받기 위해 다시 일어서고자 합니다.
 못난 소나무가 고향을 지키는 동안에는 뜨거운 태양도 견뎌야 하고, 거친 비바람과 세찬 눈보라도 묵묵히 견뎌내야 합니다. 이를 빗댄 것일까 김정희의 ‘세한도’에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김정희가 논어의 자한편의 글을 인용한 듯합니다. 모두가 잘 아는 글귀로 눈보라가 들이닥쳐야 송백의 푸른 기상이 잘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원래의 의미가 무엇이든 저는 지금 시점에 “어려운 시기가 와야 삶의 방향이 더 뚜렷이 드러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글귀만큼 저의 지금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