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눈부심에
너무도 오랜 노래로
고향으로
남은 산
저기 푸른 산 우레가 다시 오를 때
겨울 포근한 자락마다
은거한 봄의 
눈부심에 그 황홀함에 취해
푸른 산
다가서도 물러나지 않는 산
보기에도 아까운 산

【정규화 시인 = 1949년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에서 태어났다. 1967년 마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 하였으며, 1981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신작 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에「풀잎1」,「고향에서」,「술노래」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남도일보와 『경남일보』 등에서 문화부 기자를 지내며 경남문인협회 이사를 거쳐 민족문학작가회의 경남지회를 결성, 초대 지회장을 맡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경남지회 기관지인『경남작가』를 창간했으며, 2007년 6월 11일 작고했다】

‣ 시대가 불행하여 불순한 시인이었더라면, 혹은 삼대발복은 아니더라도 당대발복을 꿈꾸는 시인이었더라면 저 산이 덜 아팠을까. 상채기가 묻어나는 시인의 삶에서 이렇게도 아름다운 작품이 솟쳐나왔다는 건 참 슬프다. 슬프다 못해 목마저 메인다. 
“자수 차 간” 아버지는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고 “귀신 쫓던 간짓대로 마당을 후려치시던 할아버지”마저도 시인에겐 차가운 현실이었다. 시인이 선대로부터 받은 건 가난 몇 됫박. 하여 시인은 “가난에 군살이 박히면/마음에/눈이 생긴다”며 그 숙명을 엎드려 받는다. 
지리산이 발 담근 섬진강, 섬진강이 베고 누운 지리산, 그 강과 산은 시인에겐 모진 상처일진대 이 작품 어디에도 모난 데 없이 깔끔하다. 깔끔하여 더 서럽다. 더 아깝다. 
그래서 시인은 서둘러 산으로 갔다. “다가서도 물러나지 않는 산/보기에도 아까운 산”으로. 가서는 영 소식이 없다. 그곳에는 인공신장실이 없었으면 좋겠다. 좌익과 우익도, 부자와 가난뱅이도 없었으면 좋겠다. 다만 시인만이 환한 얼굴로 서 있었음 좋겠다. <최영욱(시인) 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