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찬인

장자(莊子)의 제물편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입니다.
어느날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습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즐겁고 유쾌했지만 자기가 장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나 보니 누워있는 자신은 분명 장자였습니다.
그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꿈속의 나비가 그가 된 것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장자의 꿈에서는 장자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삶과 죽음도 구별이 없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였습니다.
중국 당나라 심기제가 쓴 ‘침중기’라는 소설에 나오는 일취지몽(一炊之夢) 이야기도 있습니다.
옛날 당나라에 노생이라는 젊은이가 한단이라는 곳으로 가던 중 잠시 주막에서 쉬게 되었습니다. 마침 같은 방에 묵게 된 한 노인과 술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노인이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대답했습니다. '입신출세하여 부귀와 영화를 누려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그리고는 졸려서 연신 하품을 하였습니다.
여옹이 보따리 속에서 양쪽으로 구멍이 뚫린 도자기 베개를 꺼내 주자 노생은 그것을 베고 잠이 들었습니다.노생이 꿈 속에서 점점 커지는 베개 구멍 속으로 들어가보니, 고래 등 같은 집이 있었습니다.노생은 최씨 명문가인 그 집 딸과 결혼하고 과거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나아가 순조롭게 승진하여 마침내 재상이 되었습니다.그 후 10년간 명재상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어느 날 갑자기 역적으로 몰려 잡혀가게 되었습니다.
내 고향 산동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았으면 이런 억울한 누명은 쓰지 않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벼슬길에 나갔던가.그 옛날 누더기를 걸치고 한단의 거리를 거닐던 때가 그립구나.
노생은 자결하려 했으나, 아내와 아들의 만류로 이루지 못했습니다.다행히 사형은 면하고 변방으로 유배되었다가 수년 후 모함이었음이 밝혀져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그 후 노생은 모두 고관이 된 아들 다섯과 열 명의 손자를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다가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마쳤습니다.그때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흔들었습니다.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머물렀던 주막집이었고 옆에는 노인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노생은 깜짝 놀라 '아니 이게 꿈이었던가'하고 소리쳤습니다.옆에 있던 노인은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걸세'라며 껄껄 웃었습니다. 
옛날 중국 당(唐)나라 덕종(德宗) 황제(皇帝) 때, 광릉(廣陵) 땅에 순우분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순우분이 집 앞의 큰 홰나무 밑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남색(藍色) 관복(官服)을 입은 두 사나이가 나타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는 괴안국왕(愧安國王)의 명을 받고 대인(大人)을 모시러온 사신(使臣)입니다.” 
순우분이 사신을 따라 홰나무 구멍 속으로 들어가자 국왕(國王)이 성문 앞까지 나와 반가이 맞이했습니다. 
순우분은 부마(駙馬)가 되어 궁궐에서 영화를 누리다가 남가태수(南柯太守)를 제수받고 부임(赴任)했습니다. 
남가군(南柯郡)을 다스린지 20년, 그는 그간의 치적을 인정받아 재상(宰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침공해온 단라국(檀羅國)에 참패(慘敗)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아내까지 병들어 죽자 관직을 버리고 상경했습니다. 
얼마 후 국왕은 천도(遷都)해야할 조짐이 보인다며 순우분을 고향에 돌려 보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순우분은 꿈이 하도 이상하여 홰나무 뿌리를 살펴보았습니다. 과연 구멍이 있었는데 그 구멍을 더듬어 나가자 넓은 공간에 수많은 개미의 무리가 두 마리의 왕개미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여기가 괴안국(愧安國)이었고 왕개미는 국왕 내외였던 것입니다. 
또 거기서 남쪽으로 뻗은 가지(南柯)에 나 있는 구멍에도 개미떼가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남가군(南柯郡)이었습니다. 
순우분은 개미굴을 원상대로 고쳐놓았지만 그날 밤에 큰비가 내려, 이튿날 아침 구멍을 살펴보았으나 개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 고사(故事)를 ‘남쪽 가지의 꿈(남가일몽 南柯一夢)’이라고 합니다 
서산대사께서 금강산에서 내려와 한양으로 가던 길에 어느 주막에서 주인과 손님이 서로 꿈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엿듣고 삼몽사(三夢詞)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주인은 꿈을 나그네에게 말하고     主人夢說客나그네는 꿈을 주인에게 말하네     客夢說主人
지금 꿈이야기 나누는 두나그네     今說二夢客
꿈속에서 꿈이야기 하고 있구나     亦是夢中人
1920년대 초 채규엽이 불러 크게 유행시킨 ‘희망가’는 묻습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흙먼지 휘날리는 어지러운 세상, 티끌처럼 허망하고 덧없는 인생에서 “부귀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중에 또 다시 꿈같구나“
100여년도 더 지난 이 낡고 늙은 유행가가 가슴깊이 들어와 위안이 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탐욕의 시절을 다보내고 이제는 더 방도가 없으니 하나 하나 포기하면서 버텨 가야 하는 탓일까요?
동네사람들아 내 말좀 들어보소.
요즘처럼 공무원되기 어려운 시절도 아닌 때에 관직에 올라 수십년을 잘쳐먹고 폼나게 살다가 나이들어 퇴직하니 오라는 데도 없고 폼잡을 일도 없어지니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고 난리를 쳐대고 있다.
아이구 이 화상아 귀신 씻나락 까먹지마라. 
지난 65여년이 헛되고 헛되도다 참말로 헛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