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하는 의원님들께 몇가지 충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선거는 여러모로 독특한 선거였습니다.

문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홍풍이 이에 기름을 부어주었습니다.

덕분에 매우 어렵게 당선되기도 하고 또 에상외의 득표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동네 하동의 의회도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정당의 의원이 네분이나 당선되는 천지개벽이 일어났습니다.

전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보수의 철옹성이 무너진 것입니다.

앞으로 4년간의 의회운영이 많은 기대를 낳게 합니다.

군정을 통제하고 하동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견제와 균형이 조화롭게 발휘되는 성숙한 의회가 되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활동하시는 정당도 다르고 지역구도 다 다르지만 의원님께서는 하동의 의회의원입니다.

나는 군수와 같은 당 출신이니 대체로 그와 뜻을 같이 하여야겠고, 나는 당이 다르니 군수가 하는 일에 반대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의정활동을 하지는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가선거구에서 당선되었으니 가선거구에 속한 면만 챙겨야지 하는 마음도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의원님은 하동군 의회 의원입니다.

임기 내내 어느 것이 하동을 위하는 길인지만 생각하고 움직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미국 시애틀 의회에서 전해진 소식이 4년 임기를 시작하는 의원님께 참고가 될까해서 말씀을 드립니다.

시애틀 시 의회는 노숙자복지기금으로 대기업 근로자 1명당 연간 275달러를 걷겠다는 시정부의 징세안을 부결시켰습니다.

“ 스타벅스와 아마존이 시애틀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였으니 이제 도시에 기여하라”고 주장하며 피켓부대가 의회 바깥에서 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또 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월등히 높았지만 “이런 세금은 도시 성장을 저해한다” 는 사유로 부결시킨 것입니다.

그 결정의 잘잘못은 모르겠지만 지방의회는 이렇게 일을 해야 합니다.

선거에 의해 뽑히는 군수는 이해집단에 휘둘리기가 쉽습니다.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감시자가 의회입니다.

우리 하동군 의회가 의회 무용론, 폐기론을 이겨내려면 시애틀 의회의 결정을 본받아야 합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로 지방권력의 상당부분이 진보쪽으로 옮겨왔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권력이 주어진 만큼 책임도 져야 합니다.

많은 군민들이 새로 당선된 진보성향의 의원님들께 희망찬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4년후 군민들은 여러분을 다시 심판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란 말을 아시지요.

지도층이 솔선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희생정신을 말합니다.

1346년 영국과 프랑승의 백년전쟁 때의 일입니다.

영국군대가 프랑스의 조그만 해안도시 깔레를 공격할 때 용감한 깔레의 시민들은 프랑스 정부군의 지원없이 무려 1년을 버티어 냅니다.

화가 난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깔레를 점령하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이를 갈았습니다.

정부지원 없이 1년을 버티었지만 깔레는 결국 항복하였고 에드워드 3세는 깔레시민들을 모두 죽이려 하였습니다.

측근들의 만류로 에드워드 3세는 시민 6명을 대신 죽이는 것으로 분풀이를 대신 하려 하였습니다.

광장에 모인 깔레시민들은 고민합니다.

죽임을 당할 대표 6인을 선정하는 문제로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깔레의 최고 부자 외슈타수가 손을 들고 자원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를 따라 시장이 나섰고 법조인, 고위관료들이 나섰습니다.

모두 7명이 자원하는 바람에 또 한명을 추려야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때 외슈타수는 내일 해당 장소에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을 제외하자고 제안하였고 이에 다들 동의합니다.

다음날 아침 6명이 모였으나 깔레 최고의 부자 외슈타슈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곧이어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모두 어차피 죽게 될 것이니 6명에게 순교자가 되는 명예를 양보하기 위해 자신은 자살을 선택한 것입니다.

한편 에드워드 3세의 부인 왕비 필리파가 임신중이었는데 이들을 처형하면 태아에게 불길할 것이라며 남편을 설득하여 6명 모두 풀려나게 됩니다.

지도층의 용기있는 행동과 헌신이 깔레 시민은 물론 지도층까지 목숨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에 로댕은 이때의 상황을 깔레의 시민들이란 이름으로 조각하여 깔레시청에 설치합니다.

무릇 하동의 지도자가 된 사람들 모두가 가져야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의원님 생활이 그리 영광스럽지만은 아닐 것입니다.

말못할 고충과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원님의 자리는 스스로 도전하였고, 군민의 선택을 받은 자리입니다.

스스로들 말씀하신대로 봉사하고 섬기기 위해 나온 자리입니다.

공무원들이나 군민앞에 폼잡는 자리가 아닙니다.

행사장에 가시면 중간에 앉아 군민의 소리를 들으십시오.

지역구의 소규모 사업이나 챙기는 그런 좀팽이 의원이 아니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