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이 또다시 읍내시장에다 18억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서 어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마무리 했다.

지난 12일, 어떤 기대를 가지고 현장을 찾았던 지방선거 출마자들 조차도 머쓱해 할 만큼 한산했던 어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준공식 행사는 몇몇 인물들의 기념사진 촬영장 쯤으로 비쳐졌다.

그렇게 준공식을 마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점포에서는 내부 리모델링 작업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이 상황에 대해 군청 관계공무원은 ‘상인들의 필요에 따라서 내부 리모델링을 하도록 이미 협의가 된 것이며, 구조를 변경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해당 상인들이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주택이나 아파트까지도 ‘맞춤형’으로 짓는다는 어제 지어서 오늘 부숴야 될 그런 수준 떨어지는 공사를 왜 한것인지 한심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리고, 콘크리트 건물을 칸칸이 나누어 셔터문을 내려 놓으니 시장을 찾아왔던 어떤 손님이 인근 점포 상인에게 ‘저기가 화장실 인가요?’라고 묻더라고 했다.

그런데 어시장 현대화사업에 들어가기전 하동시장번영회를 비롯해 13명의 상인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서 건물을 지었다고 하니 하동군 행정만을 탓할수도 없을 것 같다.

필자도 강원도 고성군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의 수산시장 내지는 어시장들을 즐겨찾곤 했지만 이번에 시설을 현대화한 하동읍내시장 같은 형태의 어시장은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복잡한 구조의 읍내시장에서 열려진 공간으로 남아 있었던 어시장 마져 기어코 콘크리트 건물로 덮어버려 옛 시골 장터의 정취는 이제 어디서도 느낄수가 없게 되었다.

때문에 앞서 하동군이 문화관광형시장을 육성하겠다고 정부로부터 예산까지 받은 ‘소설 토지속 하동읍내시장’ 간판은 이제 철거를 해야만 한다.

그동안 북천면, 진교면, 악양면 등 현대화라는 美名下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뜯어고친 재래시장들 가운데 단 한곳이라도 제대로 운영이 되는 곳이 있던가.

이렇듯 직접적인 사례들을 바로 옆에다 두고서도 하동군은 그것을 교훈 삼지를 못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읍내시장 어시장이 그동안 제구실을 하지 못했던 원인이 시설에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기존의 어시장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정도로 공사를 하고 그 돈을 아껴서 주차공간 확보나 시장의 구조 및 환경개선 등 다른 용도에 사용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지난 4년동안 읍내시장에만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지금껏 하동읍내시장에다 쏟아부었던 그 예산들을 계상하면 아마도 시장을 통째로 사거나 아니면 완전히 다른 시장을 만들고도 남는것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하동읍내시장에만 엄청난 특혜를 준것이다. 무엇 때문에 하동군 행정은 시장 상인들만 편애(偏愛)를 하고 군민들 모두에게 공평하지를 못하는 것인가.

특히, 이렇듯 엄청난 특혜를 주었고 또 누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동읍내시장이 그리고 시장 상인들이 바뀐 것은 무엇이던가.

적어도 이정도라면 어떤 이유에서 받게 되었건 시장 상인들은 그런 특혜를 준 하동군에 고마워할줄 알아야 하고, 군민들에게는 적어도 미안한 마음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껏 하동읍내시장에 하동군이 주어 온 이같은 특혜는 마치 어린아이를 과잉보호한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로 나타나 걸핏하면 하동군을 탓하거나 더 달라고 매달릴줄만 알았지 이미 상인들은 자생력을 잃어 버렸다.

과잉보호로 자식이 잘못 컷다면 그 책임은 그 자식(시장상인)이 아닌 부모(하동군)에게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미 ‘백약이 무효’인 하동읍내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상인들의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독립심(獨立心)부터 길러야만 한다.

그래야 하동읍내시장이 살수가 있다. 따라서, 하동군은 마지막 한가지 남은 최선책으로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읍내시장을 민간에 분양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