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를 아무리 말 못하는 지구지만 그 절실함을 위해 일단 우리의 인체로 환원시켜 인체의 병과 대비해 그 병명을 진단해 보고픈 강한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참 가지가지 병을 앓고 있다. 온존 층의 파괴는 지구가 화상을 입고 있는 형국이요, 지구의 온난화를 말라리아 열병이나 홍역을 앓는 셈이며, 삼ㄹㅁ의 파괴와 감소는 탈모증세요, 지하수 오염은 골수 병이며, 생물종의 감소는 불임증세의 진행이고, 대기오염은 폐결핵이나 천식의 증후이며, 토양오염은 위궤양, 폐기물의 문제는 설사병, 산성비는 우리민족 이 장생물長生物이라고 각별히 좋아했고 사랑했던 이른바 십장생十長生의 경우를 상징적으로 한번 보자. 무생물인 해, 산, 물, 바위, 구름 다섯에다 학, 거북, 사슴, 소나무, 불로초로 해서 생물과 식물 다섯이 아니던가, 이제는 이런 것들까지 환경오염과 파괴로 그 본연의 수명이 짦아져 가고 있다. 산은 파괴되고, 바위는 부식되며 , 물과 구름은 오염되고, 소나무와 불로초는 산성비의 피해를 보고 있다. 학응 가련하게도 서식지를 잃거나 환경호르몬 물질이 든 먹이를 주워 먹고 죽어가고 있으며, 거북은 바다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사슴은 마치 박목월의 시에 나오는 “청노루”처럼 호수 같은 맑은 눈에 구름이 놀고 있어야 할텐데 오염은 풀을 먹고 눈이 흐려져 있다.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 있다면 예나 지금이나 중천에서 독야청정이 아니라 독야적적獨也赤赤큰 눈을 부릅뜨고 인간의 몽매성을 꾸짓기라도 하듯 내려다보고 있는 해뿐이다. 장생長生이 단생短)生화 되어가는 이 부근에서 나는 부조화 같은 문명의 역설적 아이러니를 보고 있으며, 심각한 환경문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고 있다. 본연의 생명력을 되찿는 자연, 자연과 조화를 이룬 생명력 있는 문명은 과연 없는 것일까. 지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어린 시절 시골에서 반딧불이나 메뚜기와 미꾸라지 잡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녕 그런 기억은 추억으로만 남은 것일까. 올해도 7월이면 작년처럼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의 몇 그루 나무에서 공해로 돌연변이가 된 매미가 밤낮도 구별하지 못한 채 목놓아 울어댈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자연이 주는 혜택이나 그 은공을 경건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에게 건강 회복의 안부를 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