廿四風今第幾吹(이사풍금제기취) 이제 이십사풍 몇 번째 불어오니,

霏霏瑞雪亦多時(비비서설역다시) 서설은 보슬보슬 오랫동안 내리네.

山童報道烹茶熟(산동보도팽다숙) 산동은 차가 이미 익었다고 전하여,

閒擁薰爐又一巵(한옹훈로우일치) 한가히 화로 끼고 또 한잔 마시네.

廿四風(이십사풍) : 이십사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을 말한다. 소한(小寒)에서부터 곡우(穀雨)까지 여덟 개의 절기(節氣) 동안에 한 절기마다 세 번의 바람이 불어서 모두 스물네 번부는 화신풍(花信風)을 말한다. 화신풍이 한 번 불 때마다 한 가지씩 꽃이 피는데, 가장 먼저 매화(梅花)가 피고 가장 늦게 연화(楝花/멀구슬 꽃)가 핀다고 한다.

霏霏(비비) : 비나 눈이 부슬부슬 내리는 모양. 비나 눈이 계속 내리는 모양.

瑞雪(서설) : 상서(祥瑞)로운 눈. 때맞추어 내리는 눈.

山童(산동) : 깊은 산골에서 자란 아이.

薰爐(훈로) : 향로(香爐:향을 피우는 자그마한 화로). 예로부터 악취를 제거하고 부정(不淨)한 것을 없애기 위하여 향을 피우는 풍습이 전해 내려왔다.

巵[잔 치] 잔(盞). 술잔(-盞).

※ 하동과 관련된 차시(茶詩)로는 “차월촌산행삼십이운(次月村山行三十二韻)”,“월재동월고야과십이수(月齋同月皐夜課十二首)”등 5수(首)가 있으며, 시(詩)로는 “삼수정감추(三樹亭感秋)”,“도노량진(渡露梁津)”등 6수(首)가 있다.

양식영[竹坡 梁湜永.1816(순조16)~1870(고종7)]. 조선 말기 효자, 유학자. 자는 연로(淵老), 호는 죽파(竹坡), 본관은 남원(南原)이다. 일명(一名) 양의영(梁宜永). 거주지는 옥종면(玉宗面) 문암리(文巖里) 대정(大井)마을. 文集에《죽파선생문집(竹坡先生文集)》이 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효성이 지극하여 30리길을 매일 왕복하며 묘소에 문안을 드렸다. 재주와 자품이 뛰어나고 민첩하여 5~6세 때 이미 글을 짓는 것에 능했다. 여러 번 과거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자 과거시험을 위한 학문을 그만두었다. 이후 월촌(月村) 하달홍(河達弘), 월고(月皐) 조성가(趙性家)와 더불어 산수를 노닐며 시문(詩文)을 지었다.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