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 양주현(茶隱 梁柱賢)의 시에 차운하다

托隱茶亭入洞深(탁은다정입동심) 다정에 은거하려 골짝 깊숙이 들어가니,

知君素志在雲林(지군소지재운림) 그대 소망이 운림에 있었음을 알겠네.

千巖叢桂堪同老(천암총계감동로) 천 바위와 계수나무는 함께 늙을 만하니,

三徑疏篁許肯尋(삼경소황허긍심) 삼경의 성긴 대숲은 찾아서 무엇하리.

細細竈烟凝客榻(세세조연응객탑) 가녀린 부엌 연기 객탑에 엉겨있고,

冷冷風腋動仙心(냉랭풍액동선심) 서늘한 바람 겨드랑이에 일어 신선 마음 흔들리네.

玉川去後誰知己(옥천거후수지기) 玉川이 떠난 뒤엔 누가 나를 알아줄까,

飮罷翛然一醉吟(음파소연일취음) 초연히 술 마신 후 취하여 읊조리네.

양주현[茶隱 梁柱賢]. 자(字)는 성희(聖希), 호(號)는 다은(茶隱), 본관(本貫)은 남원(南原). 거주지는 옥종면(玉宗面) 문암리(文巖里) 대정(大井)마을.

茶亭(다정) : 다정재(茶亭齋)로 옥종면(玉宗面) 문암리(文巖里) 대정(大井)마을에 있었다. 남원양씨(南原梁氏) 문중(門中)집으로서 원근(遠近)으로 부터 독서(讀書)에 알맞은 장소로 지목 되었던 관계로 이곳에서는 많은 문학사(文學士)를 냈다.

雲林(운림) : 구름이 끼어 있는 숲. 보통 처사(處士)가 은둔하고 있는 곳을 말한다.

叢桂(총계) : 무더기로 무성히 자란 계수나무를 말하는데, 은자가 사는 곳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의 〈초은사(招隱士)〉에 “산속 깊은 곳에 계수나무 무성하네..〔桂樹叢生兮山之幽〕”라는 구절이 나온다.

三徑(삼경) : 정원(庭園) 안의 세 갈래의 좁은 길. 뜻이 변(變)하여 은자가 사는 집을 말한다. 한(漢)나라 장후(蔣詡)는 왕망(王莽)이 집권하자 벼슬에서 물러나 향리인 두릉(杜陵)에 은거하였는데 집의 대밭 아래에 세 개의 오솔길[三徑]을 내고 벗 구중(求仲)과 양중(羊仲) 두 사람하고만 교유하였다고 한다. 《蒙求 蔣詡三逕》

疏篁(소황) : 드문드문한 대숲.

客榻(객탑) : 손님 접대용의 걸상으로 후한(後漢) 진번(陳蕃)이 예장 태수(豫章太守)로 있을 적에 서치(徐穉)를 위해서 특별히 의자 하나를 만들어 놓고는 그가 올 때에만 내려놓았다가 그가 떠난 뒤에는 다시 그 걸상을 걸어 놓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徐穉列傳》 보통 어진 선비를 예우하는 뜻이나 손님과 주인(主人) 간의 돈독한 정의(情誼)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風腋(풍액) : 노동(盧仝)의 다가(茶歌)에 “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또한 두 겨드랑이에 맑은 바람이 이는 걸 깨닫겠네.... [七椀喫不得 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라는 내용이 있다.

玉川[옥천] 노동(盧仝.795~835)의 호(號)가 옥천자(玉川子)이다. 당나라 때 청빈시인(淸貧詩人)으로 지금의 하북(河北) 범양(範陽) 사람이다. 차를 좋아하여 ‘다선(茶仙)’으로 불리었다. 그의 “다가(茶歌)”는 “다경(茶經)”과 함께 茶 보급(普及)에 많은 공헌(貢獻)을 하였다. 저서에 《옥천자시집(玉川子詩集)》등이 있다.

翛然(소연) :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면서 초탈한 모습. ‘장자‘의 ’대종사‘에 나오는 표현이다. 세상 에 나오는 것을 기뻐하지도 않고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지도 않았다. 얽매이지 않고 갔다가 얽매이지 않고 왔을 뿐이다.

醉吟(취음) : 술에 취하여 시나 노래를 읊음.

※ 하동과 관련된 차시(茶詩)로는 “과우계(過牛溪)”,“화계십일원운(花溪十逸原韻)”등 4수(首)가 있으며, 시(詩)로는 “과악양(過岳陽)”,“등악양정인향쌍계사(登岳陽亭因向雙溪寺)”등 38수(首)가 있다.

이택환[晦山 李宅煥.1850(철종2)~1924]. 자(字)는 형락(亨洛), 호(號)는 회산(晦山), 본관(本貫)은 성주(星州), 거주지(居住地)는 북천면(北川面) 화정리(花亭里). 문집(文集)에는《회산집(晦山集)》이 있다. 문예를 일찍 이루어서 사부(詞賦)로써 세상에 드러났으며, 1882년(고종19) 증광시(增廣試)에 급제하여 사간원정언(司諫院正言)과 사헌부지평(司憲府持平)등을 역임하였다. 1905년 을사늑약(乙巳勒約)이 체결되자 벼슬을 그만두고 산청(山淸) 신안(新安)에서 심산유곡을 찾아 북천면(北川面) 화정리(花亭里)로 이주(移住)하였다. 1915년에 회산 이택환(晦山 李宅煥)을 중심으로 50명의 선비들이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 돌을 쌓아 십일대(十逸臺)를 만들고 유식(遊息)하는 곳으로 삼았으며 '화계십일대(花溪十逸臺)'란 비석이 있다.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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