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 식 수필가

흙의 지구의 살이라면 돌(바위)은 뼈요 흙의 아버지다. 단단한 고체 덩어리라 물, 불, 기타에도 아무 탈 없고 끄떡도 없다. 불 탈 염려 없고, 녹지고, 썩지도, 날아가지도. 설사 깨질순 있지만 찢어지지도 않는다. 나무나 흙, 쇠에 비하면 그 얼마나 강한가. 그래서 저 까마득한 선사시대에 인류문명과 문화사는 매일 눈만 뜨면 흔하게 보이는 돌에 관심을 같고 그 첫 페이지로 석기시대를 열었다.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었고 되고 있는 석기문화가 거석문화의 유물을 보며 실로 우리는 놀라고 있다. 첫째 고인돌이다. 우리나라도 고인돌이라면 뒤지지 않는다.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이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무덤과 관련된 것이라면 고인돌 외에 적석총도 잇다. 그런 식의 가장 비슷하고 웅장한 기하하적인 구조물이 바로 피라미드가 아닌가. 참고로 피라미드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중남미 지역의 고대 세 문명 즉 마야, 아즈텍, 잉카의 석조 피라미드는 이집트와는 달라 무덤이 아니고 신전과 제례 의식용이다. 선돌이라는 입석(立石)도 있다. 이 역시 세계의 여러 곳에서 더러 발견되고 있는데,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또는 생산과 풍요를 기원해 속칭 남근숭배 사상과도 통한다는 이 돌은 그 해당 지역의 마을 이름의 유래도 되어 있다. 충북 체천, 상주 화북, 하동 악양, 산청 단성에는 현재도 입석리가 있으며, 그리고 지난 날 행정 개편이 되기 전에 의정부와 청평에도 입석리 마을이 있었다. 아니 다시 세계로눈을 돌려보면 석상(石像)도 있고, 석두(石頭)도 있다. 그 목적이 영원한 수수께끼인 양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칠레 남태평양의 절해고도(孤島) 이스트 성의 수많은 인면(人面) 석상들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최초 문명을 이룬 맥시코 지역의 올메크 인들이 대략 10세기 전후의 세운 총 17점의 거석 두상도 있는데 왕이나 지도자이 조각 두상이다. 또 신석기 시대에 놀랍게도 천문 관측용으로 영국 남부 웨섹스 지방 솔즈베리 평원에 둥근 모양으로 늘어서 있는 이른바 스톤 현지의 환상 열석도 있다. 이렇게 돌을 이용하고 돌을 다듬고 돌조각도 했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굴에다 수많은 그림도 남겼다. 말하자면 선사 인들에겐 동굴의 암벽이 바로 화산 지였다. 몇몇 동굴의 벽화는 모두가 1만년을 훨씬 넘고 넘었다니 상상하기에도 버겁다. 우선 우리에게 가장 잘 익숙 되어 있는 이름이 1886년 발견된 스페인 북부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였다. 대충 2만 년 전후의 것으로 살아있는 듯한 동물의 모습 수백 점이 그려져 있는데 그 뛰어난 재능들이 돋보여 ‘구석기 시대의 박물관’이란 소리를 들었다. 거기에다 신기하게도 손바닥 모양도 그려져 있어 여러 추측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다음 언급하게 될 세 동굴 백하는 우리가 지리학자나 고 고 학자가 아닌 이상 좀 낯설다 싶은 것이다. 발견 시기가 오래된 것부터 소개해보면 알타미라 다음에 오는 차례가 프랑스 베제레 계곡의 라스코 동굴백화다. 이 계곡에는 동굴백화가 약 30여 곳에 있는데 이 중에서 라스코가 가장 이름 나 있는데 발견은 1940년이다. 동물 100여 마리의 모습에다 사람의 모습도 그려져 있는데 구석기 후기에 크로마뇽인들이 그렸다 한다. 다음이 프랑스 남부 론 강의 지루 아르데슈 강의 협곡에서 1994년에 발견되고, 발견자 장 마리 쇼베의 이름을 딴 쇼베동굴 백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라고 떠들썩했는데 2만 년이나 2만 오천 년 전의 것이라 추정도 했다. 여기에는 동물 종류 12가지에 따른 300여 점의 벽화가 있고 여기에는 손바닥, 발바닥 자국도 그려져 있으니 선사시대 인류 쳬격조건의 크기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단서 자료도 되리라 본다. 덧붙여 알젠친이나 인도네시아의 술라 웨시 섬에 있는 마로서 동굴벽화이다. 대강 3, 4만 년 사이에 그려진 것이라 추정하여 그 어떤 유럽의 동굴벽화보다도 앞선다고 해서 벽화의 발상지가 바로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로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특이한 것은 수많은 손자국 그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하나 생각나는 일이 있다. 이 세상의 발견 중에는 결코 필연이 아니라 우연의 발견도 제법 많다는 사실이다. 퀴리부인의 x선이나 노별의 다이나마이트 발견 같은 많은 과학적 발견을 비롯해 콜럼버스의 인도 아닌 아메리카 대륙 발견 같은 것도 있지 않은가. 역시 위에서 언급된 동굴벽화 발견도 마찬가지다. 알타미라 동굴은 사냥 중에 잃어버린 개를 찾아 나섰다가 우연히 이 동굴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뒤에 다시 찾아가서 벽화를 보았고, 라스코 동굴은 어느 날 10대 소년들이 산에 갔다가 우연히 쓰려진 나무 옆에서 구멍을 보고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갔다가 대박을 만난 것이다. 또 선사시대의 돌의 문화라면 암각하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알프스의 고원 몽베고 유적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신화와 생활이 담긴 그림 4만 점이 새겨져 있어 세게 최대의 유적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