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읍 이상숙

“갈사만의 매립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다” 2004년 하동군이 갈사만경제자유구역 프로젝트 보도자료를 내놨을 때 나는 하동정론신문에다 이렇게 썼다. 이 신문이 나오자 당시 갈사만 담당이던 이모 과장이 임종모 편집국장과 편집부장인 나를 점심 같이 하자며 용궁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우리가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식탁에다 그 신문을 내동댕이치며 “이게 하동에서 나온 신문이 맞느냐? 하동사람이 어찌 하동신문에다 이런 기사를 쓰느냐!”며 서로 얼굴을 붉히느라 밥도 못 먹을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임부장은 순천고, 나는 순천여고, 이 과장은 진주고 출신이어서 더 큰 오해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하고 이웃 순천에서는 노만규 시장이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갈대밭을 더 사들이고 있던 터라 내 눈에는 갈사만의 매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썼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단이 나자 신문사 사장이 일주일을 밤마다 우리 집에 찾아왔다. 제발 신문사에 나오지 좀 말라며, 기사가 나가고 월급을 석 달이나 못 받았는데 줄 생각은 안 하고 나오지만 말라고 하더니 그 사이에 신문사 사장이 곽모에서 정모로 바뀌면서 모든 것을 인수인계 해버렸다. 단 나만 제외시키고.

참, 이 전에 다른 과장들은 물론 조군수도 신문사 직원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다른 군민들은 다 잘한다고 하는데 왜 이 기자만 갈사만을 잘못 했다하느냐? 좀 잘 부탁한다”는 말을 몇 차례 했다. 그때마다 나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한려해상공원”을 언급하며 하동 갈사만이 그 마지막 보루임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갈사만이 만으로 남아야만 남해만과 사천만이 살 수 있는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광양제철은 포항제철 근처로 갔어야 했고 순천만 광양만 갈사만 남해만 사천만은 만으로 남아서 남해바다가 한려해상공원임을 우리 후손들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후 2009년 9월 하동정론신문을 복간하면서 한 번만 더 제대로 된 지역언론을 만들어 보자는 말에 출근을 했으나 2010년 2월 23일 갈사만기공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운찬 총리까지 내려오긴 했으나 그 행사는 누가 봐도 다분히 쇼로 보였다. 그래서 4월 15일자 군민의 날에 나온 신문 1면에다 “갈사만의 환상에 섬진강이 앓는다”고 했다. “죽는다”는 어감이 안 좋으니 “앓는다”고 하자는 내부조정을 거친 수위였다. 그런데 다음날 사장이 고래식당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도의원과 홍보담당과장과 몇 사람이 나와 있었다. “이기자 눈에는 왜 갈사만이 환상이냐? 하동군의 명운이 달렸는데 군민의 날에 그런 제목을 뽑으면 어떡하느냐?”고 다 한마디씩 해서 한 숟가락 먹고 가스 활명수를 사먹어야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사장은 다시 나를 신문사에 나오지 말라고 하며 석 달 월급을 안 줬다. ㄱ 공동대표에 의하면 당시 김모 기획감사 실장이 ㅈ 공동대표를 찾아가 그 기사에 대해 거센 항의를 했다며 “우리 신문사 존립이 좌우 되니 제발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시쳇말로 더러워서 안 나가고 말았다. 말은 미끈하게 신문사 사훈이 “애향, 정론, 직필” 이라고 하나 그 이면에서는 여기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사장이 더 앞장서서 곡필아세(曲筆阿世)를 요구했다. 갈사만 원고 하나 쓸 때마다 신문사 문을 닫느니 마느니 하면서 신문사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더 이상 그 얼굴들 보기 싫어 체불임금 건도 유야무야하고 말았다. (사장이 남편 이종사촌 형이라 그때 법정으로 가지 못한 게 아직까지 아쉽다)

그러는 사이 조군수는 입만 열면 “ 2020년 인구 20만 뉴 하동시 건설!” 이란 듣기 좋은 18번 이 노래를 무시로 부르면서 3선을 무난히 해먹었다. 그는 2004년 산단조성을 추진하며 2014년 12월 31일까지 하동경제자유구역 내에 갈사만산업단지가 조성 되고 이후 두우단지, 대송단지, 덕천단지까지 개발되면 인구증대효과 12만명, 고용창출효과 18만 4000명, 생산유발효과 26조원 등의 전망치를 제시했었다.

정녕, 이것이 환상이 아니었다? 그럼 신기루인가? 왜냐하면 그분 말대로 “ 2020년 인구 20만 뉴 하동시 건설! ”이 실현되려면 시나브로라도 하동초등학교 학생수가 늘어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 하동초등학생수는 정확히 반토막이 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동군민도 10만을 향해 늘어가기는 커녕 5만도 안 되게 되러 주저앉고 있지 않는가.

이제 중앙언론에서도 진행 중인 나머지 소송까지 패소할 최악의 경우에는 하동군의 부채가 1,787억 원대로 늘어나 전국 지자체 파산 1호 운운하는데 그래도 이런 책임을 놓고 군민 앞에 사과문 하나 내 놓는 이가 없으니 실로 통탄할 일이다. 그가 부르는 노래소리 믿고 그쪽에다 땅을 샀기에 무조건으로 그를 3선으로 민 사람은 극소수이리라 본다. 그의 꽃그늘에서 꽃패 들고 꽃타령 같이 부르며 초고속 승진하면서 12년을 함께 어울려 놀았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는가? 이장들은 수당의 50%를 자진 반납하겠다는데 하동군을 이토록 난도질 한 당사자들은 왜 아무 말이 없는가? 매월 자기들 통장에 연금만 꼬박꼬박 들어오면 후배들이야 수당을 받든 못 받든 하동군이야 부도가 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단 말인가?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만 그보다는 당시 군수와 그 군수 심기경호에 앞장섰던 간부공무원들의 책임이 백 배 천 배 더 크다고 본다. 이 출판(出判)이 어찌 그 담당과장 한 사람의 장난일 수가 있다는 말인가? 갈사만 갈자만 꺼내도 그 핏대를 세웠던 그때 그 관계자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으면 그 사체 처리까지 깔끔하게 책임을 져야할 게 아닙니까?”

그리고 군의회도 묻는다. 군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왜 의회명의의 성명서 하나도 못 내놓는가? 그러고도 무슨 낯짝으로 방청권을 요구하는 단체(군민)를 상대로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220만원의 그 비용은 득달같이 뜯어가는가! 도대체 그동안 의정활동으로 뭘 했다고. 하동군의회는 하동군의 한 부서가 아님을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3선군수가 하동군의 가속 페달을 밟고 무단질주를 할 때 하동군의회라는 브레이크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군이 이 꼴은 안 됐을 것 아닌가! 당시 갈사만 매립을 그토록 반대했던 남해군민들은 작금의 하동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장차 다가올 일을 잘 알지 못 하겠거든 지나간 일을 살피라고 했다(不知來視諸往) 앞 수레가 뒤집어 진 것을 뒷 수레는 좀 더 일찍 경계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