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비 문 찬인

1997년 12월3일이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날이다

“2017년 12월 4일 윤상기 하동군수는 군청 대회의실에서 군민·언론기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갖고 법원 판결에 따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윤상기 군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하동군 유사 이래 최악의 상황에서도 갈사산단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하고 군정 최우선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군수는 공무원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사업 축소 조정 등을 통해 내년까지 상환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갈사산단 재개와 정상추진을 위해 LNG 발전사업, 외국인 전용 산업단지, 위그밸리 조성 등 투자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윤 군수는 잘못 채워진 첫 단추로 인한 군민의 피해가 너무 커지만 낙담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려울수록 법과 원칙을 지킬 것이며, 내외 군민과 함께 지혜롭게 풀어나가 하동군의 백년대계를 그릴 수 있는 성장 동력원이 될 수 있도록 산단개발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딱 20년만에 그때의 대통령이 한 말을 현재의 하동군수가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 같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곰곰되씹어도 울화통이 치민다.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를 따지자는게 아니다.

2천년 하동의 역사 이래 최고의 프로젝트요 우리도 남들처럼 잘살아보자는 50만 내외군민의 염원이 간절히 담긴 희망이었다.

이 간절함이 표류하고 뒤집어지는데 아무도 내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게 통탄스럽다.

군수도 군의원도, 도의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책임이 있으련만 “잘못했다” 말하는 사람이 없다.

밤늦게 누군가가 나에게 전화했다. “ 당신은 책임이 없느냐?”

그 때 당시 간부공무원이었으니 어찌 책임이 없으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나도 잘못했고 당신도 잘못했고 모두가 다 잘못했다”

처절한 반성없는 대책은 급한 불을 끄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군도, 의회도, 언론도, 지역 단체도 모두 처절하게 반성하고 군민앞에 엄숙히 사죄하여야 한다.

그런연후에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을 같이 참아내고 새로 시작하는 희망의 줄을 찾아내는 작업에 뜻을 모아야 한다.

1597년 칠천량해전에서 원균은 치욕적인 참패를 당하고 육지로 도망치다 소나무 아래서 왜군병사의 칼에 죽임을 당한다.

이순신이 피땀흘려 건조한 거북선과 170여척의 전함, 수년간 준비한 전투장비들이 소실됐다.

조정은 백의 종군하던 이순신에 복귀명령을 내리면서 수군을 버리고 육지에 합류하여 싸우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이순신은 죽기로 싸우기로 결심하고 조정에 장계를 올린다.

“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막아 싸우면 할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그는 명량 울돌목에서 12척의 배로 적 전함 133척을 격파해낸다.

900여억원이 재정자립도 10%미만의 하동군에게는 엄청나게 큰 돈이지만 5천억 재정규모의 살림이 비해 당장 망할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이순신장군이 명량에서 하신 것처럼 우리가 죽음 힘을 다해 아끼고 아끼면 1년내에 갚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몇천년의 역사를 함께 한 하동이란 한 공동체가 하나의 마음으로 뭉쳐지느냐 하는 것이다.

IMF위기때 장롱속의 금붙이를 들고 긴 줄을 섰던 그 때의 마음처럼 축제를 줄이고, 돈드는 행사는 가급적 안하고, 길이 포장되지 않아 불편하고, 도로변 풀울 제때 못베어 어수선하고, 각종 단체의 활동비 지원이 줄어들어도 아무런 불평없이 참아내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 군민이 이런 불편 쯤은 아무렇지않게 감내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군수, 의장, 도의원등 우리 군의 지도자들이 군민앞에 사죄하고 호소하는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자의 수당, 봉급을 빚을 다 갚을 때까지 헌납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도 필요하다.

“ 국채 1,300만원은 우리 한국의 존망에 직결된 것이다.

2,000만 민중이 3개월 기한으로 담배 피우는 것을 폐지하고 그 대금으로 한 사람마다 매달 20전씩 거두면 1,300만원이 될 수 있다.

설령 다 차지 못 하는 일이 있더라도 1원부터 10원, 100원, 1000원을 출연하는 자가 있어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고종 44년인 1907년 2월 21일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국채보상 취지서중 일부이다.

일본에 진 빚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에는 노동자와 농민, 부녀자, 기생, 백정, 영세상인등 가난한 하층민이 주축을 이루었다.

담배를 끊어 저축하고, 금은비녀와 가락지,노리개를 내놓고, 심지어는 머리털을 잘라 팔기도 하였다 한다.

약 1년간 모금액은 20만원 정도였고,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다

우리 민족의 피속에는 국난을 당하면 백성이 먼저 팔을 걷어 부치고 일어나는 DNA가 있나보다. 멀리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에서 치마에 돌을 담아 나르며 왜적을 막아내었고, 나라 빚을 갚겠다며 술과 담배를 끊었으며, 외환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장롱속에 숨겨둔 금붙이를 들고 나오던 민족이다.

50만 하동 내외군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피속에도 공동체의 위기앞에서 자기를 돌보지 않는 희생의 기개가 있을 것이다.

900억원의 빚을 갚기위해 군민이 하나가 되어 나선다면 까짓 그깟 900억이 문제랴

오히려 하나로 뭉치는 그 힘이 하동의 내일을 만드는 새로운 동력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다함께 군채보상운동(郡債報償運動)에 나서보자

다시 한번 묻는다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은 어디 계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