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시아 동쪽 끝의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다 5천년 또는 1만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 정신과 문화만 논한다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한웅, 단군의 상고시대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동북아의 중심이 되어보지 못했다

오랜세월 동안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세력의 위세에 눌려 왔으며, 16세기 이후에는 일본과 미국의 부상으로 대륙과 해양의 세력들이 교차하면서 나라의 존망이 어려워지는 굴곡들을 겪었다 1591년 봄이다. 일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조선에서 보낸 통신사가 돌아왔다. 오사카, 교토를 거쳐 일본의 간빠꾸 토요토미 히데요시까지 만났으니 정세탐문은 제대로 한셈이다 선조앞에 엎드려 귀국보고를 하는 자리이다 서인 출신인 정사 황윤길은 왜놈들이 무서운 꿍꿍이를 숨기고 있으며, 조만간 조선을 침범할것이라 보고한다

그러나 동인 출신이었던 부사 김성일은 그런 동향이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또 황윤길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예사롭지 않은인물이라고 선조에게 아뢰는데 김성일은 쥐와 같은 눈을 가진 별 볼일없는 인물이라 보고한다 당시 조정은 동인이 장악하고 있어 서인인 황윤길의 주장은 백성들을 불안하게 하는 주장으로 묵살당한다 그 결과 1592년 4월 왜놈들이 쳐들어와 장장 7년간 조선 천지가 도륙당하는 참혹한 변을 당한다 1637년 강화도 도피길이 청군에 막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의 계하에 대신들이 엎드려 있다 쓰러져 가는 명과 신흥세력 청나라 사이에서 유교적 의리로 명나라 편을 들었다가 청의 보복공격을 받은 것이다 김상헌등 주전파는 ‘ 죽으면 죽었지 오랑캐들의 속국이 될수 없다’고 결사항전을 주장한다 반대로 최명길등 주화파는 ‘종묘사직을 지키고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청과 화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임금을 구하기 위한 지방군대의 남한산성 진격이 모두 실패하고 청군이 강화도의 왕족들을 도륙하자 인조는 항복하기로 결정한다 주화파 최명길이 항복문서를 쓰자 이를 읽어 본 주전파 김상헌이 항복문서를 북북 찢어 버린다 이 때 최명길이 한 말이다 “ 대감은 찢으시오, 줍는 일은 내가 하오리다” 그는 김상헌의 분노를 이해했기에 노여워 하지 않았다.

결국 인조는 청 태종 홍타이지앞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로 항복하였다 지난 추석에 개봉한 <남한산성>에서도 이 장면이 나온다 지금 우리는 5천년 역사중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간은 나와 남들간의 관계라는 다소 단순한 역학관계였지만 지금의 우리는 일본 미국의 해양세력 대 중국,러시아의 대륙세력이 팽팽히 겨루는 가운데서 남북한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형국으로 매우 복잡하다.

이 복잡한 방정식을 명쾌히 하기위해 노무현, 문재인 정권은 동북아 균형자론, 한반도 운전자론등을 내세워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자, 북한과 대화하자는 입장이고 이명박, 박근혜등 보수정권에서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공고히하고 무력의 균형, 강력한 제재를 통하여 위기를 극복하자는 주장이다 매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온갖 해법들이 백가쟁명으로 튀어 나온다 핵무장론, 전술핵재배치, 핵잠수함 건조 등등 핵에는 핵으로 맞서는 “공포의 균형”이 국민들의 지지를 좀 더받고 있는 듯 하다 반론도 만만찮다. 핵은 오히려 자충수다.

재래식 대응 전력도 효율적이다 급기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겠다고 유엔총회에서 밝힌다. 물론 대북용 엄포이다 문제는 이 모든 대책들중 어느 하나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중국등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어떤 것은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1637년 포위당한 채 남한산성에 웅크리고 앉아 싸우자, 화친하자며 우리끼리 서로 다투었던 조선의 인조와 그 대신들, 1591년 동인, 서인으로 갈려 결국 전쟁상황을 오판하고 대책조차 세우지 못했던 선조와 그 대신들, 보수,진보로 갈려 북핵앞에서 서로의 주장만 옳다고 하는 작금의 우리나라 여야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어떤 기자가 쓴 윈스턴 처칠 영국총리의 편지이다 “ 70여년 후에 한국 국민들 보시오 1943년 가을 아돌프 히틀러가 프랑스 서해안에서 런던을 향해 로켓 미사일과 장거리 포 사격을 준비하고 있었소. 영국은 괴멸적 파괴의 위험에 놓여 있었습니다.

지금 한국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우려하는 상황이나 별반 다를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독일에 맞서기 위해서는 영국의 힘이 부족하고 미국이나 소련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았소 나는 대영제국의 총리였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처음 하는 생각은 ‘어떻게 미국을 기쁘게 할까’였고 두 번째 생각은 ‘소련을 어떻게 회유할까’ 였다오 미국과 소련이 참전하자 영국의 국제적 입지는 몰라보게 줄어들었소 나는 연합군의 운전석을 미국에게 양보했고, 조수석도 소련에게 주어버렸습니다 조국의 위기를 구하려는 나의 전략적 선택이었다오 내가 그렇게 하는건 사대주의도 친미주의도 아니였다오 약소국은 기본적으로 겸손해야 합니다.

힘이 없으면 강대국이 무시하기가 일쑤입니다. 요즘 ‘코리아 패씽’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잖아요 대화도 상대 나름이에요. 히틀러나 김정은 다 똑같아요 장기적인 국가안보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굽힐 때는 굽혀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적 합의를 구하세요. 정부내 참모들의 의견도 통일하고 나아가서 야당과도 의견을 조율하세요 그것이 당신이 조국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