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趙廷夏再訪(조정하재방) 이유선(修齋 李有善) - 다시 趙廷夏를 찾아가다 - 詩眉不俗氣生霞(시미불속기생하) 老人의 시는 속되지 않아 노을의 기운 일어나고, 西舍重來日欲斜(서사중래일욕사) 서쪽 집에 다시 오니 해는 저물어 가네. 歲暮愁人常陟屐(세모수인상척극) 歲暮에는 시름겨워 나막신 신고 오르며, 酒醒窮道且還家(주성궁도차환가) 술 깨면 또한 집에 돌아가기 힘든 길이네. 今年多事秋無賦(금년다사추무부) 올해엔 일이 많아 가을에 시를 짓지 못하고, 此地相逢菊又花(차지상봉국우화) 이곳에서 서로 만나니 국화 또한 꽃피었네. 最是浮生多別路(최시부생다별로) 하지만 뜨내기 인생 이별도 잦으니, 岳陽何處白雲遐(악양하처백운하) 흰 구름 저 멀리 어느 곳이 岳陽인가. 落木疏雲洞一天(낙목소운동일천) 골짝의 온 하늘 낙엽지고 구름은 성긴데, 惜君相別更謀筵(석군상별갱모연) 그대와 이별로 다시 모임을 하고자하네. 鶴社重陽留賞菊(학사중양류상국) 중양절 鶴社 때 머물며 국화를 감상하고, 蟾湖明日買歸船(섬호명일매귀선) 내일은 蟾津江에서 배를 불러 돌아가네. 行人借笠秋逢雨(행인차립추봉우) 길손은 가을비 만나 도롱이 빌려 쓰고, 供客烹茶午點煙(공객팽다오점연) 한낮에 연기 피워 차 달여 대접하네. 一部山川遊自在(일부산천유자재) 책 한권으로 산천을 마음대로 유람하니, 書燈何用苦窮年(서등하용고궁년) 괴로운 한 평생 書燈을 어디다 쓰겠는가. 鶴社(학사) : 불의를 등지고 낙향한 선비들끼리 학을 길러 한 해에 한 번 모여서 겨루는 모임. 蟾湖(섬호) : 하동읍 갈마산 정자에서 섬진강(蟾津江)을 바라보면 강(江)이 호수(湖水)처럼 보인다고 하여 강을 섬호(蟾湖)라 함. 烹茶(팽다) : 차를 달임. 전다(煎茶). 자다(煮茶). 書燈(서등) : 글을 읽으려고 켜 놓은 등불. 이유선[修齋 李有善.1851(철종2)∼1882(고종19)]. 조선 말기 유학자. 자(字)는 희진(希進), 호(號)는 수재(修齋), 본관(本貫)은 재령(載寧), 거주지는 함안군(咸安郡) 가야읍(伽倻邑) 광정리(廣井里). 문집(文集)에《수재집(修齋集)》이 있다. 18세에 시전(詩傳)을 암송하고, 그 후 공부에 더욱 전념하여 육경(六經)을 통관하였으며 특히 『역(易)』에 밝았다. 그를 칭하기를, 남려 허유(南黎 許愈)는 “남주(南州) 숙덕(宿德: 학덕이 높은 노인)”이라 하였고, 면우 곽종석(俛宇 郭鍾錫)은 “천하 기재(奇才)”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