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문화관광해설사 오세희

병풍처럼 둘러쳐진 지리산의 능선과 젖줄처럼 흐르는 섬진강을 찾아온 사람들.
어릴 적 뛰어 놀던, 실개천의 추억을 만나고 정겹게 돌아오던 푸른 바람을 느끼며 한 여름 정직한 땀방울과 색색의 의미를 깨달아갑니다 .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하동에서도 귀농 귀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하동에서 만난 귀농, 귀촌인은 대부분이 스스로 자원해서 온 분들입니다. 살던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지리산과 섬진강이 좋아서 하동녹차가 좋아서 , 사람들이 좋아서 하동으로 왔다는 그들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1)하동군 화개면 덕은리에서 찔레꽃 펜션을 운영하는 이윤기(56)씨는 직업군인 시절 틈만 나면 어머니 품속 같은 지리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학창시절 산악부 에서 지리산으로 등산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은퇴하면 꼭 지리산 밑에 집을 짓고 여생을 보내겠다고 작정하고 2010년 하동으로 왔습니다. 퇴임과 함께 부부가 하동 덕은리에 부지를 마련하고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아래 밭에는 녹차도 심고 꽃도 심고 과일나무도 심고 눈부시게 향기로운 각양각색의 자태에서 부부의 땀방울과 정성이 느껴집니다. 귀농한지 7년차 평범한 일상이지만, 평생을 살면서 삶의 질이 가장 행복한 지리산이 좋아서 꽃이 좋아서 차가 좋아서 무작정 하동으로 왔다고 서슴없이 말하며 자신이 손수 가꾼 신선한 야채와 향기로운 차 한 잔으로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다고 방글 방글 웃으며 보람찬 귀농인의 삶을 토로 합니다.
2) 다음엔 2009년 악양면에서 평사리 아침이란 간판을 건 박홍순씨 부부를 만나봅니다 서울에 살던 박홍순씨 부부는 남편 퇴직 후 전국 여행을 다니다가 어느 날 우연히 하동 여행길에 나섰다가 최참판 댁을 들렸던 것이 인연되어 악양으로 오게 된 케스니다. 박 홍순씨 부부는 귀촌 8년차로 첨엔 아는 지인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지 걱정이 되었지만, 평소 만들기를 좋아한 박홍순(63)씨는 취미 생활로 화덕을 만들다 보니 난로도 만들고 자연스럽게 빵까지 굽게 되어 사람들은 담백한 빵 맛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편, 부인 정회옥씨(59)도 소일거리로 수예와 뜨개질을 하면서 평화로운 일상과 귀촌생활에 점점 빠져 들게 되었습니다. 부부는 서로의 취미와 특기를 인터넷과 개인 블러그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빵과 차를 마시고 뜨개질을 하며 하루하루가 참 되고 활기찬 귀촌 생활로 하동에 오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3) 이번에는 화개면 범왕 마을에 살고 있는 정명화(65)씨 가족을 만났습니다. 정명화 (63)씨는 올해 63세로 1998년도에 아이들이 고등학교 다닐 적에 부부가 고로쇠 물을 마시려 하동 범왕에 들렸다가 귀농 하게 된 귀농19년차 입니다. 첨엔 토종꿀과 닭 몇 마리 녹차 몇 그루만 심었는데 지금은 산에서 나는 각종 약초와 포교버섯, 토종꿀 로 잼을 만들고 유기농 닭도 백 마리로 늘어나 전형적인 귀농인으로 탈바꿈 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증명하거나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노하우로 스스로 삶의 균형을 찾은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4) 그리고 2011년 귀농한 유일순(70)씨 역시 남편 박순덕(72)씨와 함께 부부가 울산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10년을 허송세월 시간만 보내다가 친구가 하동에 내려가서 산다고 해서 어느 날 친구 만나러 왔다가 마음에 드는 땅을 보고 집에 돌아온 후 그날 밤 그 땅이 팔릴까봐 잠을 설쳤다고 합니다. 하동은 시골이란 생각만 했지 귀촌할 생각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퇴직하고 곧장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십년 세월이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500평 부지에 전원주택을 짓고 매실과 대 봉감이 유명한 악양에서 콩도 심고 팥도 심고 힘은 들지만, 넓고 아름다운 정원에서 손자 손녀들이 자주 찾아와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진다고 합니다.
5) 한편 고향이 하동인 김미숙(56)씨는 악양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이사 한 후 40년 만에 고향으로 왔습니다. 대학원에서 차 명상을 전공한 김 미숙 씨는 하동에서 사단법인 문화센터를 설립하고 다례 교실을 운영하며 일반인과 초 중 교생을 위한 차 명상 및 인성교육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유년시절 자운영 자욱한 둑길 노란 개나리 손 흔드는 추억을 간직한 김미숙 센터 장은 청소년 “꿈다락 토요학교” 와 악양 초 중 학교 다례교실 화합의 장으로 평사리 들썩 들썩 한마당 청소년 축제를 매년 개최 하고 매주 금요일은 최참판댁 별당에서 찾아오는 방문객과 다례체험 봉사활동으로 매일 매일이 유익하고 보람찬 귀촌인의 삶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김미숙(56)씨 는 녹차처럼 은은하고 향기로운 삶의 현장에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화합과 충만한 삶으로 꿈은 꾸는 자의 몫이라고 귀띔 합니다.
이밖에도 하동으로 귀농 귀촌 하신 분들을 일일이 소개 할 순 없지만, 대부분이 오랜 꿈을 이루고 싶거나 아이에게 넓은 마당을 주고 싶어서, 또는 건강과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귀농, 귀촌을 선택한 가족 등 각자의 사연과 생활을 보고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완전하거나 완벽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들 대부분이 귀농, 귀촌으로 하동에 온 것을 만족스러워하며 자신의 삶을 최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