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어떤 운명을 타고났을까? 운명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것일까?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의 장래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명에 관해 이야기 할 때 요즘 부모들은 두 가지의 오해를 하곤 한다.
하나는 운명에 대한 태도가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생긴다.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니, 자녀를 멋대로 자라게 내버려 두어도 제 운명대로 살 것이라는 오해이다.
다른 하나는 역으로 그 태도가 지나치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생긴다.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것이니, 자녀를 멋대로 자라게 내버려 두어도 제 운명대로 살 것이라는 오해이다.
다른 하나는 역으로 그 태도가 지나치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생긴다. 운명이라고 따로 정해진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여기며, 자녀를 키우고 싶은 대로 키우면 된다는 오해이다.
운명은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만도 아니고, 사람이 무시해도 좋은 것도 아니다. 자녀 교육에서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니, 먼저 운명의 뜻부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자.
타고난 운명이라 하지만, 여기서 명(命)은 말 그대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을 이른다. 나무로 태어났다면 나무로 살다가 나무로 죽는다. 그것이 명(命)이다.
나무가 쇳덩어리가 되어 살 수 없다. 나무가 “내 뜻과 아무런 상관없이 나무로 태어났지만, 이제 내 뜻대로 쇳덩어리로 살고 싶어요.” 하는 것은 명을 어기겠다는 것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에 운(運)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운수의 준말인 운의 뜻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하늘이 정한 운명과 저절로 오가는 길흉화복의 운수’하고 풀이되어 있다.
이것만 보면 의미를 이해하는 데 혼란이 생길 것이다. 초월하고 저절로 오가는 것인데 어떻게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운을 그렇게만 해석할 게 아니다.
나무의 생존을 예로 들어보자. 나무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렸다면, 그 나무는 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른바 하늘이 정한 운명이니, 그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나무로 살기 어려우니 돌이 되어 살겠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그 땅을 기름지게 만든다면, 혹은 기름진 땅으로 옮겨 심어진다면, 혹은 척박한 땅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면 그 나무는 그 나름대로 살 수 있다. 그렇게 후천적인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운이다.
그런 후천적인 노력은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살기 어려울 정도로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게 한 주체가, 또 척박하니 척박한대로 어렵게 살다가 죽으라고 하는 주체가 하늘이라면, 그것은 이미 참다운 의미의 하늘이 아니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스스로 사는 길을 찾는 것이 생명 본연의 모습이다. -2편에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