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上白蓮菴(상백련암)
최숙민(溪南 崔琡民)
- 백련암(白蓮菴)에 올라 -
茶罷棋停閱梵文(다파기정열범문) 바둑을 멈추고 차 마신 뒤 佛經을 읽으니,
一聲淸磬暮菴聞(일성청경모암문) 한줄기 맑은 경쇠소리 저물녘 암자에서 들리네.
笞侵羅濟千年塔(태침라제천년탑) 신라와 백제가 침입하여 천년 탑을 태질하고,
窓罨荊吳一半雲(창엄형오일반운) 강남지방의 창문은 구름 반쯤 덮혀 있네.
寺名遠客猶嘗熟(사명원객유상숙) 먼 길손은 절의 이름이 오히려 익숙하고,
眼界居僧亦不分(안계거승역불분) 눈앞의 스님을 또한 구별하지 못하네.
藥草離離松下路(약초리리송하로) 소나무 아래의 길에는 약초가 무성하고,
逢人疑是洞賓群(봉인의시동빈군) 만나는 사람은 마치 神仙의 무리인 듯하네.

白蓮菴(백련암) : 백련사(白蓮寺)이며, 전북(全北) 무주군(茂州郡) 설천면(雪川面) 삼공리(三公里)에 있는 조계종 소속의 사찰이다.
梵文(범문) : 범자(梵字)로 씌어진 글이나 책. 불경(佛經).
羅濟(나제) : 신라와 백제를 아울러 이르는 말.
荊吳(형오) : '형(荊)'은 초(楚), 곧 강남지방의 옛 이름.
遠客(원객) : 먼 곳에서 온 손님.
洞賓(동빈) : 여암(呂岩)의 자(字). 여암(呂岩.798~?)은 중국 당(唐)대의 도사. 자는 동빈(洞賓), 호는 순양자(純陽子), 중국 도교(道敎)의 팔선(八仙)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신선이 되어서 바람을 타고 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한다. 그의 시에 “악양루에 세 번을 들렀건만 사람들은 알지 못하니, 낭랑하게 읊조리며 동정호를 날아가네.〔三入岳陽人不識, 朗吟飛過洞庭湖.〕”라고 하였다.

※ 河東과 관련된 詩에는 “섬진강(蟾津江)”,“불일폭포(佛日瀑布)”,“쌍계완월(雙磎玩月)” 등 60여수가 있다.

최숙민[溪南 崔琡民.1837(헌종3)~1905]. 조선 후기 학자.
초명(初名)은 최유민(崔有民), 자(字)는 원칙(元則), 호(號)는 계남(溪南), 본관(本貫)은 전주(全州), 거주지(居住地)는 옥종면(玉宗面) 두양리(斗陽里). 문집(文集)에《계남집(溪南集)》이 있다. 노사 기정진(蘆沙 奇正鎭)의 문인(門人). 늘그막에 집 뒤에 연꽃 매화 등을 가꾸며 자연을 완상하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였으며 옥산(玉山.614.2m:옥종면에 있는 산) 남쪽에 서당을 지어 제자들을 육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지리산, 덕유산, 자굴산, 금산 등의 명소를 유람하면서 詩를 읊조리며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