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사람이 몰려들자 성과이름 씨는 차를 몰고 황급히 사라졌고 아무개 씨는 이들을 뒤쫓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순찰차가 다가와 아무개 씨를 불러 세웠다. 아무개 씨가 음주 운전을 한다며 성과이름 씨가 112 신고를 했던 것.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결국 파출소에서서 음주 측정까지 해야 했다.
아무개 씨의 진술을 들은 경찰서는 차적 조회를 통해 성과이름 씨 부자를 소환, 폭행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성과이름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사실 관계에서 이 기사에 오류가 없다고 한다면, 여기에 구구한 해석을 붙일 필요도 없다.
치미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 성과이름 씨 입장에 서서 이해하도록 노력해 보자. 혹시 아무개 씨를 만나기 전에 성과이름 씨 부자에게 인격을 다 내던져 버리고 싶을 만큼의 커다란 충격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은 1분을 기다린 것 때문에 살릴 수 있는 부모나 사랑하는 어떤 사람을 죽게 한 것은 아닐까?
아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무개 씨에게 음주 운전의 누명을 씌울 생각을 어떻게 하겠는가.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다른 것으로는 도저히 이해랄 수 없다. 인격의 문제인 것이다.
아무개 씨에게 폭언을 했다. 그것은 성과이름 씨 부자의 인격의 문제이다.
폭행을 했다. 그것은 인격의 문제이다.
배려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인격의 문제이다.
아들 앞에서 좋지 않은 언행을 했다. 그것은 인격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함께 좋지 않은 언행을 한 것에서 보듯 아들은 아버지를 교과서로 여기며 따라하는 것이다. 아들보다는 아버지의 잘못이 크다.
올바른 말, 올바른 생각, 올바른 행동,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어찌 성과이름 씨 부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겠는가. 우리 모두에게, 우리의 자녀들 모두에게 그렇다.
말, 행각, 행동, 이 세 가지는 일치해서 한 몸으로 움직여야지 따로 따로 놀면 인격을 갉아먹는다.
선현들이 언행일치(言行一致), 즉 말과 행동의 일치와 지행합일(知行合一), 즉 앎과 행동의 하나 됨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일치하지 않고 하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말, 생각, 행동, 그 세 가지를 몇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자.
1.생각이 없으면 말과 행동은 제 구실을 못한다. 생각 없는 말을 들은 사람은 당장 “얼빠진 소리 그만둬.”라고 할 것이다 .얼은 생각의 줏대를 이르는 말이다. 역시 생각이 없는 행동을 하면 “얼빠진 짓 좀 그만해.”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2.생각이 있기는 한데 그것이 옳지 않아, 말이 올바르지 못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말을 들어보니 네 생각을 알겠어. 그 생각은 틀렸어.”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면 “네 행동을 보니 무슨 생각에서 그렇게 하는지 알겠는데 그건 잘못이야.” 하는 평가를 받는다. 말과 행동이 곧 그 사람의 생각인 것이다.
3.생각이 있고 그것이 옳기는 한데, 말과 행동이 잘못 될 수도 있다. 실수를 하는 경우나, 의지와 실천력이 약해 자기 생각대로 말과 행동을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치명적인 결함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자주 반복되면 신뢰감을 잃어 “실수가 많으니 뭘 믿고 맡기겠어.”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기에 말과 행동의 실수를 경계하는 격언들이 많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이미 엎지른 물은 생각해 봐야 소용없고, 한마디 하려면 세 번 생각하고, 재앙을 부르는 것은 입이라 하는 격언들이 늘 우리를 지켜본다.
의지와 실천력이 약해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은 “생각으로야 이 세상에서 못할 일이 어디 있어. 말과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하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217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