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인이 쓴 <나는 한국이 두렵다>는 책 내용의 일부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저자는 한국이 인터넷 세상을 이끌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단다. 저자는 우선 인터넷 세상의 발전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에 의해 좌우된다고 본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삭막한 공간에 훈훈한 마음, 인정을 불어넣는 것을 보면 한국인이 그 어느 국민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역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의 예언이 다행스럽게 맞아떨어지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요인으로 빗나가든, 문제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 대해서는 찬동한다. 기술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된다 해도 그것은 인간 생활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기술이 뛰어나다고 한 시대를 이끄는 주역이 될 수는 없다. 인터넷이든 무엇이든 앞에서 선도하는 것은 마음이다.
마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인격이요, 인격이 좌우하는 것이 마음이다. 지식 정보사회의 발전과 그 뒤를 이을 문화 사회로 특징이 지어질 21세기를 이끄는 것은 인격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꼭 그런 시대적인 특성을 말하지 않더라도, 부모는 자녀의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임무가 있다.
인격 형성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겠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말, 올바른 생각, 올바른 행동 그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우연히 기막힌 사연을 취재한 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읽고는 가슴이 답답해 한숨만 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한 장애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것이었는데, 너무도 많은 문제점들이 너무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인격을 좌우하는 올바른 말과 생각과 행동의 문제, 부모의 자식에 대한 교육문제 등이 그대로 읽혀졌다.
직접 본 일이 아니니 오해를 없애기 위해 신문 기사를 그대로 옮겨본다. 다만 기사를 쓰는 데도 기본이 되는 육하원칙 가운데서, 당사자들의 신원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달리 표현한다. 기사에 <하반신 마비 장애인 “이럴 수가”>가 작은 제목으로 <“차 빨리 빼라” 부자가 폭행>이 큰 제목으로 붙어 있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얼굴을 맞으면서 조수석으로 넘어졌다가 핸들을 잡고 가까스로 일어날 때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운전이 느리다며 뒤따르던 고급 승용차 운전자 부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음주운전자로까지 신고 된 지체 장애인 아무개 씨, 지체장애 1급으로 하반신을 못 쓰는 그는 사건이 일어난 지 3일이 지났지만 수모의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아무개 씨가 이 일을 당한 것ㅇ느 3일 전이었다. 장애인용 오토 차량을 몰고 자동차 정비 업소에 들렀다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편도 2차선에서 막 좌회전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주차장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지프를 빼달라고 수신호를 보내며 기다린 시간은 길어야 1분이었다.
1킬로미터 이전부터 경적을 울리며 뒤따라오던 그랜저 승용차에서 내린 성과이름씨가 운전석 창문 옆으로 다가와 “이00. 차 빼”하며 삿대질을 해댔다.
아무개 씨가 주차하려고 하니 기다려 달라고 했으나 성과이름씨는 다짜고짜 아무개 씨의 멱살을 잡아 낚아채며 “00 육갑하네”라는 폭언과 함께 주먹으로 아무개 씨의 얼굴을 때렸다. 아무개 씨가 운전대를 잡고 일어나자 이번에는 성과이름씨의 아들(대학생)이 다가와 욕설을 하며 다시 한 번 주먹을 날렸고 아무개 씨는 다시 조수석으로 넘어졌다. -216호에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