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宿茶田(숙다전)
정규영(韓齋 鄭奎榮)
- 茶田에서 유숙하며 -
迢迢茶峽覓眞緣(초초다협멱진연) 아득한 차밭 골 인연 있어 찾아가니,
澹月閒雲自在邊(담월한운자재변) 맑은 달 한가한 구름은 곁에 있도다.
夕死朝聞猶可矣(석사조문유가의) 아침에 道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 없으니,
霽行潦止不期然(제행료지불기연) 날 개면 가고 비 오면 머무르니 기약하지 못하네.
俄從桐老墳前路(아종동로분전로) 곧 桐老의 무덤 앞길을 따라가니,
又聽薤歌浦上阡(우청해가포상천) 물가 밭둑길에서 상여소리 다시 들리네.
獨有絃聲林下起(독유현성림하기) 오직 거문고 소리만 숲에서 일어나고,
普天冥漠曙星懸(보천명막서성현) 적막한 온 누리에 샛별이 매달렸네.

茶田(다전) : 거창군(居昌郡) 가북면(加北面) 중촌리(中村里)로 면우 곽종석(俛宇 郭鍾錫)이 51세인 1896년(고종33) 10월에 가족을 데리고 들어와 은거하면서 많은 제자를 가르쳤고, 파리장서운동을 주도하였으므로 전국에서 많은 인사들이 출입하였다.
朝聞夕死(조문석사) : 아침에 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더라도 좋다.《논어(論語)》 이인(里仁)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桐老(동로) : 조선 중기의 문신인 동계 정온(桐溪 鄭蘊).
薤歌(해가) : 만가(挽歌). 상여(喪輿)가 나갈 때에 부르는 노래임.
絃聲(현성) : 가야금(伽倻琴), 거문고[玄琴] 등(等) 현악기(絃樂器)의 소리.
曙星(서성) : 샛별. 금성(金星)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 1901년 가을에 조선 말기의 대표적 유학자인 면우 곽종석(俛宇 郭鍾錫)을 비롯한 명유들이 정규영(韓齋 鄭奎榮) 댁을 방문하여 하루를 머물며 강론을 하고, 함께 배를 타고 노량을 건너 남해 금산 등 절경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당시 면우가 그를 일러 ‘충담아원(沖澹雅遠)’하다고 했다. 즉 ‘성정이 맑고 깨끗해 아취가 뛰어나다’ 는 의미이다. 이듬해(1902년)에 거창(居昌) 다전(茶田)으로 면우 곽종석를 방문해 심학도설(心學圖說),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 등에 대해 질정(質定)을 했다. 이때에 다전(茶田)에서 유숙하면서 지은 시다.

정규영[韓齋 鄭奎榮.1860(철종11)∼1921]. 조선 말기 유학자.
자(字)는 치형(致亨), 호(號)는 한재(韓齋), 본관(本貫)은 진양(晉陽). 거주지(居住地)는 금남면(金南面) 대치(大峙). 문집(文集)에《한재집(韓齋集)》이 있다. 허전(性齋 許傳)의 문인(門人). 타고난 성품이 효성스러워 효행을 한 연후에 여력이 남으면 배움에 임했다. 1903년에 ‘우천정(愚泉亭)’을 짓고 독서를 하며 주위 산수를 즐겼다. 1909년 4월 육영제(育英齊)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4년제 사립 현산(峴山)학교(김양초등학교 전신으로 2007년 2월에 폐교)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