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 등으로 하동에 거주하는 이주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도우며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채워 가자는 의미의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자립형 지역공동체 ‘한구자리 채울’이 2011년 1월에 문을 열었다.
당시 행정안전부와 하동군이 추진한 자립형 지역공동체 일자리 창업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한구자리 채울에는 경남도비 7,600만원, 회원출자 1,000만원, 등 8,600만원의 돈이 들었다.
그리고 한구자리 채울은 52㎡(16평) 규모의 점포에서 대통밥, 하동골동반(비빔밥), 산나물 반찬 등과 각종 전통차를 팔았으며, 장날이나 각종 행사 때는 난장 가판대 운영을 통해 다문화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먹을거리, 볼거리, 재밋거리도 제공 한다는 계획이었다.
뿐만아니라, 도시민들이 고향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인터넷 등 전자상거래 구축을 통해 봄(나물․매실․녹차), 여름(메밀면․소면), 가을(감․밤․고추), 겨울(된장․고추장) 등 계절별로 지역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사업도 병행한다는 어떤 포부도 키웠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각종 사업을 통해 창출된 수익 일부를 결혼이민여성의 취업 지원을 비롯해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다문화 가족 등에 반찬과 식사 등을 제공하는 사회환원사업도 추진 한다는 방침이었다.
행정안전부의 막대한 예산까지 지원을 받았던 터라 개장식에 행정자치부 차관까지 모시고 요란을 떨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을 닫아야 될 상황에 직면하는 낯부끄러운 모양새가 되어지고 말았다.
과정을 다시금 설명 하기는 그렇고, 그 즈음인 2013년 2월에 필자가 쓴 칼럼의 내용에 잘 설명이 되어져 있어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예향리 일원에 위치한 장흥시장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재래시장 가운데 그래도 살아 숨쉬는 재래시장으로 대표적인 곳이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하며, 무엇보다 도로를 끼고 주차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시장 접근성이 아주 용이한 것이 인상적인 곳으로 필자도 그 곳에 네 번을 다녀왔다. 재래시장이라 어쩌면 무질서해 보이면서도 가만히 보면 질서정연한 모습의 장흥시장에서 다소 외곽의 길 한편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접이용 천막 서너칸으로 마련된 가게(?)에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선채로 음식을 먹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 있었다. 필자는 그 곳을 눈여겨 보았고 월남쌈을 사 먹으며 다문화가정 여성들과 한동안 대화를 나누다 사들고 돌아오곤 했었다. 그런 과정에서 하동에도 다문화가정 결혼이민 여성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또 무엇보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국내의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생활 습관을 한국 사람들이 못마땅해 하거나 때로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분란의 원인이 되는 그런 면이 있어 ‘이것을 교육의 장으로 삼으면 딱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또, 행정에서 큰 돈을 들여서 투자 할 필요가 없고, 다문화 가정 여성들은 오랜시간이 아닌 2~3시간씩 교대로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장사를 하면서 저절로 한국 시장의 흐름에 익숙해 질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쉽게 우리말을 배우게 되고, 남편 등 가족들에게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 써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큰 돈은 아니지만 약간의 수입을 가져감으로써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듯... 그래서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교육에 제격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후, 하동군은 하동읍 재래시장에다 결혼이민 등으로 거주하는 이주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공동의 목표를 함께 채워 가자는 의미의 ‘한구자리 채울’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대단한 계획이 추진 되었고, 해당 공무원과 여성대표자와 필자는 몇차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결혼이민여성들을 위한 “참 교육의 공간”은 앞서 언급하였 듯, 결코 필자가 생각했든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당 사업을 깔끔하게 추진할 수 있었을 터인데 자그마치 이럭저럭 1억원에 가까운 예산으로 돈잔치를 하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 되었다. 어디 그 뿐이랴, 뒤늦게 알고보니 하동군 소유의 공설시장 점포를 하동군이 사용 하면서 오히려 상인에게 1천만원의 보증금에다 50만원의 월세까지 주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니 기절초풍 할 일이 아니겠는가. 더 나아가 언제부터인지, 이주여성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공동의 목표를 함께 채워 주겠다던 ‘한구자리 채울’이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은 다 어디가고 모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의 생활터전으로 둔갑되고 말았다. 아울러, 운영조차 어려운 처지라 얼마전까지 몇 개월 동안 하동군은 그곳에 인건비까지 지원을 해 주는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을 하였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뾰족한 대책조차 없어 이제 골칫거리로 전락해 가고 있다. - 하략 -”
이랬다. 이후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나눔 공동체 ‘한구자리 채울’은 우여곡절을 겪은 다음에 결국 고스란히 먼지만 쌓이고 있는 것이 벌써 수년째다.
위 내용을 되짚어서 보면 지금 생각을 해 보아도 상당히 참신한 아이디어로 매우 괜찮은 사업이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필자가 그 먼거리에 있는 장흥시장을 네차례나 다니면서 ‘그래~ 저거다’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하동군에서는 ‘어~ 이게 아닌데...’로 바뀌고만 것이다.
말하자면, 버려진 내 땅을 두고서 구태여 남의 땅(?)을 빌릴 필요가 없었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과분한 건물을 지을 필요도 없었으며, 식당 주인들의 손맛과는 동떨어진 터무니 없는 그런 음식들을 만들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저 비록 초라할지는 모르지만 내 땅(하동공설시장)에 비어 있는 건물(빈 점포들)에서 식당의 주인들(다문화가정 여성)이 자신있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내 음식(각 나라별 대표 음식들)을 만들어서 내어 놓으면 될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
이렇듯 쉽게 생각을 하고, 간단하게 준비를 하였더라면 다문화 가정 여성들의 공부에는 물론 하동재래시장의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당시에 확신을 했었고, 지금도 그 마음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어 참으로 아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뽄 내다가 얼어서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예부터 우리들은 참 많이도 들어왔고 또 우리들도 무심결에 누군가에게 한마디씩 어렵지 않게 던졌을 것이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그렇게 요란을 떨어야 할 이유가 없었는데 누구를 위하고 또 무엇을 위해서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화려한 치장으로 구태여 뽄을 내었던 것일까.
이렇듯, 한구자리 채울은 嚴冬雪寒에 뽄을 내다가 얼어서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가운데 이것은 누구의 책임이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