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구를 쓴 아이가 있다.
‘발이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를 따돌릴 수 없고, 코가 아무리 높아도 눈 아래 있다‘
산과 소나무를 표현한 그 시구를 모방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자극을 받아 나름대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자극을 받지 않았다면 발은 그저 발이고 코는 그저 코가 될 뿐이다.
자기가 쓴 시에 대해 아이는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담고 싶었어요. 자기로부터 도망가려 해도 그림자처럼 늘 같이 있는 것이 자기 자신이고, 자기를 과시할 목적에서 잘난 체하려고 콧대를 높여도 자기 자신을 바르게 지켜보는 눈 아래 있다는 뜻이에요.”라고 설명한다.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해내고 그것을 글로 표현했으니 이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성과이다.
자연과 사람과 사물을 보면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은 무럭무럭 자라고, 정서도 풍부해진다.
추구에 이런 시구가 있다.
畵虎難畵骨(화호난화골) - 호랑이를 그려도 그 뼈를 그리기 어렵고
知人不知心(지인부지심) - 사람을 알아도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
이 시구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뼈를 그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새로운 느낌으로 알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직설적으로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어’ 라고 했다면 아이들은 그 말을 막연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이런 시구를 읽고 아이들은 또 사람의 마음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찾으려는 욕구를 품을 수 있다.
시구를 하나만 더 감상해 보자.
雨後山如沐(우후산여목) - 비 온 뒤의 산은 목욕한 것 같고
風前草似醉(풍전초사취) - 바람 앞의 풀은 취한 것 같다
별다른 해석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얼굴은 밝아진다. 상상 속으로 그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진 까닭이다. 조금만 더 음미해 보면 목욕한 것 같은 깨끗한 이미지와 취한 것 같은 흔들리는 이미지가 비교되면서 삶을 엿보게 된다.
정서적으로 혼란에 빠진 아이가 이 시구를 읽고, 바람 때문에 취한 듯이 흔들리는 풀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그 문제를 극복할 바탕이 마련되었다는 뜻이다.
그 아이는 슬픔이 깊어 흘린 눈물을 비와 연관시킬 수도 있다. 눈물을 쏟고 난 뒤의 자신의 모습, 그것이 비 온 뒤에 목욕한 듯 깨끗해진 산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적 감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시의 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시는 또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향상시켜 활발하게 한다.
자녀로 하여금 시를 감상하게 하고, 또 직접 시를 쓰게 해보면 그러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정서적인 감응이 용이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욕이 발동해 창의력과 상상력이 날개를 펼 수 있다.
그것이 꼭 시가 아니어도 좋다.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직접 그리게 하면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직접 연주하게 하면서 그러한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