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대통령이 뜬금없이 한마디 하셨다.
‘영호남을 아우렀던 가야사를 복원해 국민통합을 이루자’
평소 역사를 좋아했다는 대통령이지만 이건 또 다른 국정교과서다.
박근혜 발 국정교과서를 폐기시킨 그 분께서 왜 저럴까?
역사에 정치가 개입하면 필연코 왜곡된다.
가뜩이나 사료부족으로 연구에 어려움이 많은 가야사인데.. 정치인과 어용학자들이 실적을 내기위해 얼마나 무리한 일들을 벌릴까?
이를 빌미로 지자체장들은 얼마나 황당한 콘덴츠들을 들고 나올까?

대통령같이 노련한 정치가가 왜 뜬금없이 가야사를 들먹이시겠나?
호사가들이 이야기하기를 대통령의 한마디에는 서너 가지의 함의가 있다 한다.
가야사의 핵심지역인 김해는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묻혀있는 곳이다.
김해에 뒤이어 가야 사회를 이끌었던 대가야 고령은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TK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고, 대가야의 영향아래 놓여 있던 섬진강 주변의 남원, 구례 광양, 순천 등 전라 동부권은 영호남 화합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사실이라면 가야사 복원은 학문적 연구와는 아주 먼 이야기가 되고 만다.
가야사 복원은 이미 정치행위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야사를 빌미로 박물관등 역사 인프라 구축, 관광 콘덴츠의 개발 등이 해당지역 중심으로 추진 될 가능성이 크다.
김해, 고령, 함안 등은 때 아닌 가야사 특수를 누릴지도 모른다.

역사학계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특정시기 연구에 집중하라고 하는 것은 학문연구에 대한 간섭이다. 이런 예는 사회주의 국가나 독재적 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금관가야를 중심으로 가야사를 복원한다고 국가예산을 엄청 쏟아 부었지만 정작 가야사 연구에는 10%도 안 쓰였다.”
“가야사가 타 분야에 비해 부진한 것은 문헌 기록이 매우 부족하고, 연구자가 적은 것 등에 기인하는 것이다.
정말로 가야사를 복원하려면 학문 연구를 위한 장기대책을 세워서 지원해야지 공약 실천하듯이 하면 안 된다.”

며칠 전 군청에 근무하시는 분께서 전화를 했다.
가야와 하동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냐? 는 요지였다.
왜 그러는지? 슬며시 물어보니, 대통령의 가야사 복원사업이 가시화 되면 우리 하동도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하동만 그럴까? 아닐 것이다.
김해, 고령, 함안, 고성 등 가야 관련 지자체에서는 모두 난리가 났을 것이다.
본말이 전도되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땅에 가야사 관련 투자가 일어나면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가야와 우리 하동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전문 역사학도가 아닌 사람이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가야는 여러 작은 나라들이 모여서 느슨하게 엮어진 공동체 정도의 사회였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김해 구지봉에서 김수로 등 6명의 신인이 탄강하여 6가야를 이루었다고 한다.
6가야는 김해의 금관가야, 고령의 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고성의 소가야, 성주의 성산가야, 상주의 고령가야이다.
고령가야가 상주가 아닌 진주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초기에는 김해의 금관가야가 가장 강성하여 가야 전체를 이끌고 있었는데, AD400년 광개토대왕이 금관가야를 침략한 이후 쇠퇴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등이 나름대로 지역을 이끌다가 5세기 중엽 이후에는 비약적인 국력신장을 이룬 대가야가 가야 사회 전체를 이끌었다.
6세기에 접어들면서 중앙지권적 통치체제를 구축한 신라와 백제의 영향력이 증대하자 532년에 금관가야, 560년에 아라가야, 562년에 대가야가 신라에 멸망당하면서 가야시대는 그 끝을 맺었다.

AD 100년 무렵 금관가야 김수로의 7왕자가 장유화상의 지도아래 가야산, 수도산, 와룡산을 거쳐 지리산 운상원에 육로로 들어왔다고 전하여져 오고,
AD102~3 칠왕자를 만나기 위해 김수로왕과 허황후가 배를 타고 협포(지금의 화개장터)로 와서 범왕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또AD 189년 구들도사 담공이 신라에서 칠불사에 와 아자방을 축조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후기에 접어들어 대가야의 섬진강 하구 진출과 백제와의 쟁패가 일본역사서인 일본서기 등에 기록되어 있다.
중국, 왜 등과의 무역로, 교통로서 최대의 전략적 요충인 섬진강 하구 대사(帶沙, 하동 고전)를 쟁취하기 위한 백제와 대가야간의 300년간의 긴 전쟁이 있었다 한다.
◾AD227년 노량해협에서 백제, 왜 연합군이 집결하여 남강유역의 가야 7국을 평정한 후 다사진에 환로역을 설치하였다
◾AD277 대가야가 백제를 물리치고 다사성 탈환
◾AD513 백제가 다시 다사성 점령
◾AD514 대가야가 자탄과 대사에 성을 쌓음
◾AD 529 백제가 다시 다사성 점령 등등이다

가야시대 우리 하동은 어떻게 살았을까?
향토사를 공부하시는 분들의 더 많은 연구와 자료 확보가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