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새로 취임한 문대통령의 공약 중에 ‘첫 내각에서 여성 각료 비율을 30%로 하고,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이 근자에 와서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보이지 않는 차별은 아직도 여전하다.
지방 비례대표의원의 여성 우선 배정 등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불식시키려는 법적, 제도적 노력이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능력과 자격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의한 차별로 직장에서 고위직을 맡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치게 되는 것을 유리천장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琉璃天障이고 영어로는 glass ceiling이다

유리천장이라는 용어는 1970년 미국의 경제 일간지 월드스트리트 저널에서 미국여성이 직장에서 승진하는데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2015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조사 발표한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25,6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였다.
1위는 지수 80을 획득한 핀란드였다.

최근 새 정부가 외교부장관과 청와대 인사수석, 교육부 차관 등에 여성을 지명하였다.
엄청나게 중요한 자리들에 여성이 임명되는 것을 아주 획기적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언론들이 있었다.
능력이 있어서 임명하는 것이지, 여성이니까 능력도 없는데 임명하는 것은 아닐 것인데 왜 그렇게 바라보는 것인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성에 의한 차별이 만연해 있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유리천장을 깨트려버린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지만 그중 가장 압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녀의 성공과 몰락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다이나믹하다.

우리 하동에도 유리천장을 뚫어버린 전설이 많다.
일제강점기에 신간회, 근우회 등을 맡아 군민계몽운동에 앞장서고 해방공간에서는 반탁과 정부수립에 공헌했던 채소정(蔡小正)선생님,
경상남도청의 여성과장을 역임하고, 퇴임해서는 우리 군의 선거직 군의원을 지내면서 지역발전에 헌신하다 돌아가신 서임수 선생님 등등이다.

현재도 유리천장의 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A모 실장이다.
30대에 지방 공무원의 꽃이라는 사무관을 달고 실과장, 면장 등 군의 요직을 두루 거쳐 서기관에 진급하였다. 현재 윤상기 군정의 핵심으로 활동하면서 강력한 조직 장악력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살아있는 레전드다.
여성이 오히려 남성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퇴직을 앞둔 B모 읍장도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여성의 파워를 입증한 레전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특유의 친화력과 세심한 배려가 바탕이 된 소프트행정으로 가는 곳마다 주민의 신망을 한데 모았고, 많은 남자들이 스스로 승복하게 하였다.

C모 과장도 전설이다.
타고난 예술적 재능을 바탕으로 딱딱한 군 행정에 감성을 입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조직 내에 상하간의 신망도 두텁다.

D,E,F .... 계장들은 레전드 후보들이다.
군청 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여성 계장들이다.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역량의 인재들이다.
레전드의 길은 어렵다. 지역과 군민을 위한 헌신과 열정이 개인적 가치보다는 앞서야 한다.

좀 더 많은 레전드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군청의 사무관 이상이 34~5명 될 터인데 여성은 아직 3명 뿐이다. 채 10%가 안된다.
이런 현상은 중앙부처도 마찬가지이다.
고위 공무원 1490명중 86명만 여성이다.
오랜 세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내려온 탓이다. 여성은 주요 보직에서 제외되고 승진 경쟁에서 뒤쳐져왔다.
유리벽(glass wall)이다.
여성에게 승진 가능성이 낮은 일자리가 주어지는 것이 관행이었다.
가까운 면사무소에 가면 호적, 주민등록 등의 업무를 보는 민원 계장은 대부분 여성 공무원이다.
최근 들어 예산, 감사 등 주요 보직에 여성들이 보임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여성 공무원의 역량을 활용하는 군정이 되었으면 한다.

남성 공무원들이여, 불만스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계장이상의 남성 공무원 중 누구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먼저 승진한 불공정 경쟁을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관행적으로 여성을 배제해 온 탓에 아주 손쉽게 간부가 된 건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한다.
남성 공무원 중 새 정부의 여성할당 방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고위직에 오를 만한 경력을 쌓은 여성 인력 풀이 빈약한 현실에서 할당하듯 여성을 승진시키면 오히려 능력 있는 남성 공무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
“ 을지훈련, 주말근무, 산불진화 등에 남자라서 고생하는데 능력 없는 여직원이 먼저 승진하면 억울할 것 같다.”

레전드가 되고자 하는 여성 공무원들이여, 여성 공무원이 아닌 공무원이 먼저 되어야 한다.
그 길이 레전드가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