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메마른 정서를 지닌 아이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부모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자식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주어야 할 거름 가운데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정서를 바르고 풍부하게 가꾸어 주는 것이다. 정서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접했을 때 발생하는 여러 감정을 이르는데, 특히 생활의 욕구가 충족되고 안 되는 데 따라 나타나는 심리적인 반응을 가리킨다.
기쁨과 슬픔, 쾌감과 불쾌감, 사랑과 미움, 호감과 증오감, 즐거움과 분노, 안정과 불안 등이 그것이다. 사람의 삶은 칠정(七精)인 희, 노, 애, 락, 애, 오, 욕, 즉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과 사랑과 미움과 탐냄의 연속이다. 이러한 심리적인 반응들이 불안정하거나, 미성숙하거나 해서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것을 정서장애라 한다. 그 장애의 정도가 심하면 아이들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기도 하고, 노이로제나 우울증 또는 강박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내는 행동을 보면 등교를 거부하거나,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입을 다물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건, 매사에 집중을 못하고 불안해하거나, 약간의 자극에도 두려움을 느끼며 움츠러들거나,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한다.
어린 자녀들에게 이런 불행한 일이 왜 일어날까? 부모의 심한 갈등으로 인한 가정 부롸 때문이거나 원만하지 못한 대인 관계 탓이거나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면 그것을 해소해 주어야 자녀의 정서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선 정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서장애와 같이 당장 눈에 드러나는 문제가 없더라도, 부모가 정서 교육을 게을리 하면 자녀가 바르게 성장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자. 아름다운 꽃이 핀 것을 보고 기뻐하고, 그 꽃이 거센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딱해하고, 그 꽃이 시들어 말라 버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끝내 땅으로 떨어진 꽃잎을 보며 슬퍼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감정의 흐름이다.
여기에 덧붙여, 떨어진 꽃잎을 보면 슬프지만, 모든 생명은 그렇게 죽고 그 죽음 뒤에는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을 안다면, 슬픔의 감정은 승화될 수 있다. 삶을 이해하면서 얻는 감정의 승화이다. 그런데 피를 흘리는 짐승을 봐도 일말의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불행한 일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친구 앞에서 보란 듯이 웃음을 터뜨리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꽃이 시들어 말라 버리는 것을 보고 덤덤해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이는 자연스러움을 거역하는 감정의 발로이다. 그런 감정의 거역은 어떤 충격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어 일어날 수 있다. 가령 사랑해 주리라 믿었던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면 그 자녀의 정서는 그런 식으로 비틀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라도 그 충격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게 해서 감정의 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