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歸路與諸益...(귀로여제익...)
최긍민(愼庵 崔兢敏)
-돌아가는 길에 여러 벗들과 함께...-
飄飄入雙溪(표표입쌍계) 옷자락 나부끼며 쌍계사로 들어가니,
緇塵不復涅(치진불복열) 세속의 더러움은 다시 검게 물들지 않네.
樹樹靑紅粉(수수청홍분) 나무마다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단장하고,
谷谷雷霆撆(곡곡뇌정별) 골짝마다 세찬 천둥소리 울려 퍼지네.
諸天何玲瓏(제천하영롱) 절의 모습은 어찌 그리도 영롱한지,
仙心太寂滅(선심태적멸) 신선의 마음은 적멸(寂滅)이 으뜸이네.
大筆孤雲蹟(대필고운적) 크게 쓴 글자는 고운의 필적으로,
石面光晢晢(석면광절절) 바위 표면의 빛은 밝기도 하여라.
却歎癡髠輩(각탄치곤배) 슬프다! 머리 깎은 어리석은 무리들은,
對我敢生媟(대아감생설) 나를 마주보며 감히 버릇없이 하네.
何傷咻楚衆(하상휴초중)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대니 무슨 상관인가,
無怪吠越雪(무괴폐월설) 월나라 개가 눈을 보고 짖는다고 괴이할 것 없네.
晢憩國師菴(제게국사암) 국사암의 반짝이는 별은 쉬고,
蕭灑萬峯嵲(소쇄만봉얼) 높이 솟은 만 봉우리 맑고도 깨끗하네.
叉膜敬煎茶(차모경전다) 무릎을 꿇고 공손히 차를 달여서,
勸我仍大啜(권아잉대철) 나에게 권하므로 큰 잔으로 마시네.

※ 최긍민(愼庵 崔兢敏)이 54세인 1936년 3월에 하장식(某山 河章植), 권충용(松坡 權忠容), 박헌수(立庵 朴憲脩), 하계휘(我丹 河啓輝)등과 함께 지리산(智異山)의 화개(花開)와 악양(岳陽)을 유람하고 남긴 시로 이외에도 《악양도중(岳陽途中)》,《낙안봉대우(落雁峯待友)》,《취적대(取適臺)》《악양루차판상운(岳陽樓次板上韻)》,《쌍계사(雙溪寺)》,《숙칠불암(宿七佛菴)》등이 있다.

緇塵(치진) : 세속(世俗)의 더러운 때.
諸天(제천) : 불교 사원(寺院)이나 암자의 별칭.
寂滅(적멸) : 번뇌의 세상을 완전히 벗어난 깨달음의 경지.
孤雲(고운) : 신라 하대의 학자이며 문장가인 최치원(崔致遠)의 자(字).
大筆(대필) : 화개면(花開面) 운수리(雲樹里) 쌍계사(雙磎寺) 입구 왼편 바위에‘雙磎’2자와, 오른편의 바위에‘石門’2자가 음각되어 있는데 이는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857~?)의 친필이라고 전한다.
越雪(월설) : 越犬吠雪(월견폐설)로 월견폐설이란 월(越)나라 개가 눈을 보고 짖는다는 뜻으로, 따뜻한 월(越)나라에는 눈이 내리지 않으므로 눈을 처음 본 월(越)나라의 개가 두려워 짖는 데서 어리석고 식견(識見)이 좁은 사람이 예삿일에 의심(疑心)을 품거나 크게 놀람을 이르는 말.
國師菴(국사암) : 쌍계사(雙磎寺)의 암자(庵子). 신라 선덕여왕 21년(772년)에 개창하였으며, 그 뒤 신라 문성왕 원년(839년)에 진감선사(眞鑑禪師)가 암자를 중건하였다. 민애왕이 스승으로 봉하여 진감국사(眞鑑國師)라고 칭하였기 때문에 그가 머물던 암자를 국사암이라 전한다. 1983년 중수 보수하여 현재 율원(律院)으로 사용하고 있다.
膜[무릎꿇을 모] 무릎을 꿇다.
煎茶(전다) : 차를 달임. 팽다(烹茶)

최긍민[愼庵 崔兢敏.1883(고종20)~1970].
자(字)는 시중(時仲), 호(號)는 신암(愼庵), 본관(本貫)은 삭녕(朔寧). 사천(泗川) 수청리(洙淸里)에서 출생하여 13세인 1895년 부친을 따라 옥종면(玉宗面) 청룡리(靑龍里)로 이주하였다. 면우 곽종석(俛宇 郭鍾錫)의 문인(門人). 문집에 《신암집(愼庵集)》이 있다. 어려서부터 성품이 청순하고 재주가 뛰어났다. 부모의 뜻을 거슬리는 일이 없었다. 8세부터 소학을 읽었으며,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하자 울분을 머금으며 동지들과 은거하면서 강학에 정진하고자 결심을 했다. 혹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가슴 속 회포를 풀었으니, 지리산, 금산 등에서 남긴 시편들이 문집에 전한다. 1952년 형제들이 힘을 합쳐 평생 곤궁하게 살면서 학문의 길에 전념했던 부친 수정공을 위해 옥종에 운양재(雲養齋)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