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살림을 차려서 나갔다가 겨우 100여일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 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멋쩍었을까.
‘정치판’이라는 대한민국 ‘난장판’의 한집안에서 태어나 그래도 그 오랜 세월을 고비때 마다 ‘어디 우리가 남이가’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랬던 사람들이 관련기관의 행정 서류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분가할 때 당차게 들고 나갔던 그 보따리를 고스란히 품에 안고서 친정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지난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당시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이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으면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자 12월 27일 지역구 국회의원인 여상규 의원이 동료의원 29명과 함께 탈당 후 당시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함께 했었다.
어떤 보스(우두머리) 중심으로 이끌어 가는 볼썽 사나운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 어쩌면 지방의회와 기초의회 의원들의 숨통을 움켜쥐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의 탈당은 한편으로 조용하게 이루어 진 듯 보였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결국에는 가지고 쥔 보스의 뒤를 따라야 했지만 사실 ‘우리도 탈당을 해야만 하나’ . ‘탈당을 하더라도 바른정당으로 가야하나’ 관계된 다수의 사람들은 별것 아닌 것 같은 고민들을 나름 한동안 해야만 했다.
그랬었는데, 그런지 약 100일만에 그것도 대선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2일 앞선 100일전 탈당에서 하동 정치권의 진두(陣頭)에 나섰던 여상규 국회의원이 이번에 또 탈당을 선택했다.
그러자 마치 이제 막 부화한 새끼 오리들이 지근거리에서 어미 오리의 뒤를 따르듯 지방의회 및 기초의회 의원들도 그렇게 줄을 맞춰서 탈당에 동참을 했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그 속사정이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랬던 저랬던 간에 그 모양새가 어쩐지 입맛이 씁쓸하면서도 왠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상황이 더 웃긴 것은 새누리당을 탈당 후 지역 국회의원을 필두로 하동의 정치권이 선택했던 당이 바른정당이었고, 바른정당으로 하동사무소의 당명을 바꿔서 어쩌면 첫 시험 무대로 지난 4.12 하동군의원 ‘나’선거구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두말할 필요 조차도 없는 그런 철옹성 같은 텃밭에서 그것도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그 뒤를 따르는 하동군의 의원들까지 합세한 막강 세력들이 지원유세까지 펼쳤지만 결과는 무소속 후보에 패하고 말았다.
물론, 선거 결과야 얼마든지 그럴수가 있는 것이며, 따라서 별스럽게 그것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당선된 무소속 후보는 어떤 이유로 바른정당에 들어 가지를 못했고(일부 당 관계자들은 필자가 이런 표현을 하는 이유를 알 것이다), 결국 지난 1일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2일에 여상규 국회의원을 필두로 하동지역의 지방의원과 기초의원들이 바른정당 탈당과 함께 사실상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했다.
따지고 보면, 결과적으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1년짜리(?) 군의원에 당선된 초선의원이 하루 차이로 자연스럽게 자유한국당 입당 선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언제부터인가 일부 인물들로 인해 지역 정가에 결코 달갑지 않은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이 되어져 가고 있는 하동군의 작금의 현실 가운데 한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를 하지 않을수가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