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학동 이정석 훈장

2. 무난한 것을 과신하지 말고, 색다른 것을 우려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을 접하다 보면 그 모습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녀를 여럿 둔 부모는 같은 부모 아래서 태어났음에도 자녀들이 저마다 색깔이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무난해 보인다. 딱히 꼬집을 단점이나 탓할 점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또 어떤 아이들은 남들과 달리 색달라 보인다. 이런 부류의 아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난해서 꼬집을 단점이나 탓할 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나쁠 거야 없겠지만, 별다른 특색이나 개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무난한 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타고난 개성이 충분히 발휘될 때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개성이 없는 아이들이 무난하게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부모를 비롯해 기성세대의 일반적인 기준을 잘 따르기만 하면 무난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무난하다고 무조건 개성이 없는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무난한 것만으로 만족하면 미처 개성을 살릴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타율성 아래 길들여질 수 있음을. 그로 인해 창의력과 상상력이 위축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색달라 보이는 아이들은 그 특성으로 인해 사람들 눈에 잘 띈다. 그 특성이 어딘지 이상해 보이고, 비정상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면 부모는 걱정을 하게 된다. 물론 버릇이 없거나 거짓말을 잘한다거나 하는 단점을 보일 때 부모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단점은 보이는 순간에 바로 고쳐주는 게 좋다. 뻔히 보이는 그런 단점이 아니라 남다른 점에 대해서는 함부로 부모가 재단하려고 하면 좋지 않다. 한 아이가 그림을 그렸다. 헌데 그 아이는 하늘을 붉은 색으로 칠했다. 이를 보고 “왜 하늘을 붉은색으로 그렸어? 하늘은 파란색이야. 그 색으로 다시 그려.” 하는 것은 아이의 색다른 점을 깡그리 무시하는 비교육적인 태도이다.
아이가 하늘을 붉은색으로 그린 것은 자신의 독특한 감성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어느 날 석양으로 붉게 물든 하늘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고, 불이 난 집 위로 펼쳐진 하늘에 대한 기억을 담은 것일 수도 있고, 불로 상징되는 느낌으로 하늘을 그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이유에서건 그것은 창의력과 상상력의 소산이다.
아이가 자동차를 그린다. 그런데 부모의 눈에는 자동차로 보이지 않는다. 바퀴도 없고 모양도 기존의 자동차와는 너무도 다른 탓이다. 이때 부모는 기존의 자동차 모습대로 그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바퀴 없는 자동차를 생각해 낸 것이다. 모양이 다른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점을 이해하고 격려해 줄 때 아이는 창의력과 상상력의 날개를 마음껏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