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번갯불에 콩뽁아 먹듯하더니만 대통령선거가 거의 끝나간다.
이번 대선기간 동안 도비는 쓸개에 붙었다. 간에 붙었다 하면서 재미를 쏠쏠히 즐겼다.
요상하게 되어 자유한국당 당원이 된 탓에 투표하라는 군내에 꽤 높은 분의 권유를 받아 생전 처음 집권여당의 일원이 되었다.
산골 백수가 높은 분의 전화를 받으니 아!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 하는 자부심이 생겼다.
그래서 참 기분이 좋았다.

오래전에 새 정치 한다는 사람을 위해 잠시 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양반이 어떤 당에 입당하는 바람에 실망하고 행동을 같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인연이 된 탓으로 그 양반 대통령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위촉한다 해서 개소식에 참석했더니 고문님이 오셨다고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여러 사람이 박수를 쳐서 기분이 참 좋았다.

또 어떤 양반은 한 번도 왕이나 대통령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친족이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 양반 캠프에서 일한 탓에 무슨무슨 특보니, 부위원장이니 하는데 이름을 올렸다.
많은 사람을 끌어 모아야 그네들의 실적이 되는 것 같아 승낙을 했더니 후보의 이름으로 임명장을 보내 왔다.
퇴직하고는 처음이다. 참 기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지만 도비는 간에도 붙고 쓸개에도 붙었다.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이 없어졌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참 기분이 좋다.

한자사전을 살펴보니 附肝附念通(부간부염통)이 비슷한 뜻으로 쓰여진다고 한다.
간에 붙었다. 염통(심장)에 붙었다.
여하튼 간에 가서 붙고, 쓸개에 가서 붙는다와 같은 뜻이다.
왜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가 붙을까?
간은 탄수화물을 저장하고 단백질, 당 등의 대사를 조절하고, 몸 안의 독을 없애기도 한다.
간은 좌우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에 쓸개가 있다.
쓸개는 가지처럼 생겼는데 쓸개즙이 나와 소화를 돕는다.
몸속에 기생충이 들어오면 기생충은 영양분을 빨아 먹으려고 간으로 가서 붙었다. 쓸개로 가서 붙었다 한다고 한다.
간이든 쓸개이든 나에게 이득만 된다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옮겨 다니는 것이다.

어제 오늘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촛불국면에서는 자기들이 착하고 정의로운 보수인양 하더니만 대선 국면이 복잡해지니까 보수 세력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엊그제 박차고 나온 당에 전격 복귀하는 모양이다.
도비가 보기에는 이유도 불분명하고 명분도 부족하다.
그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할 때 내걸었던 정의로운 보수는 벌써 다 달성된 것일까?
자기들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후보는 내팽개쳐도 괜찮은 것일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었을까?
나는 탈당과 복당 자체를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혼돈의 판세 속에서 조금이라도 힘을 모아야겠다는 그 충정(?)을 누가 나무랄 것인가?
문제는 유권자들에게 상의도 없이 당을 떠나고, 다시 복당하고 하는 과정에서의 비민주성이다.
선출직 의원들이 마치 열병식 하듯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한편의 코메디이다.
누군가는 밤새 고민했을지 모른다.
또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자괴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의 눈에는 고민한 의원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간에 가서 붙었다가 쓸개에 가서 붙는다’는 비난의 소리에 크게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山非離俗 俗離山 ( 산비이속 속리산)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으나, 사람은 산을 떠난다.
세상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쉼 없이 변하나 산은 항상 그대로 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항상 지녀야 할 경구이다.
눈앞의 이익이 당장의 선택을 좌지우지 하겠지만 국민은 항상 냉정히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도비의 한탄 성 문자에 “정치인은 영혼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주신 어느 의원님께 “원칙은 꼭 지켜시라”고 또 답변을 보내 드렸다.

人問寒山道 寒山路不通 ( 인문한산도 한산로불통)
사람들이 한산 가는 길을 묻지만 한산가는 길은 통하지 않는다네.
당나라 승려 한산(寒山)의 선시 중 일부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 주장한다.
“이것이 정의다. 이것만이 옳다”
이런 상황이나 현실은 없는 것 같다.
혹여 도비시론에서 자료를 잘못 인용했거나 후배 공무원의 입장을 크게 곤란하게 하였다면 지면을 빌어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반대의견이나 비판적 시각을 폭넓게 수용하는 것도 한산가는 길은 찾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