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얼마 전 아주 기묘한 기자회견이 하동군청에서 열렸다.
이미 감사원에서 발표한 특정감사 결과를 하동군이 또 다시 발표하는 기자회견이다.
혹자는 대부분 감사원 감사결과를 쉬쉬하기 마련인데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모양새가 보기 좋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왠지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아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자회견 전에 보도된 H신문의 기사와 회견 자가 군수, 부군수도 아닌 간부공무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기자회견이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갈사 산단 문제를 앞으로 어찌 풀어갈 것인가? 에 있다.
그럼에도 갈사의 미래를 설명하는 군의 발표는 매우 추상적이다.
한마디로 앞으로 잘하겠다는 것이다.
잘 할 줄 몰라서 갈사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고 많은 군민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그 당시 담당과장을 해임하라는 것인데 그 해임사유가 다섯 건이나 된다.
전임군수 때가 2건이고, 지금 군수 때가 3건이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를 일이다.
‘취임하면 갈사를 해결하겠다고 호언하였는데 해결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한 모양이다’라고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도비도 30여 년간 공직에 있었고 H모 과장 보다 높은 계급까지 해보았는데 군수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과장이 제멋대로 처리했다?
만약 그랬다면 그 과장은 해임이 아니라 직권 남용 및 배임으로 구속시켜야 한다.

갈사는 하동의 로또다.
이천년 하동에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가 어디 있었던가?
이 거대 프로젝트의 성공은 하동을 천지개벽하게 만드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군민 중에도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경험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고, 당시 이 프로젝트를 입안하고 추진한 공무원 중에도 이런 대규모 사업을 해본 사람이 없었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고 무작정 덤벼들었던 것 같다.
정부 주도의 새만금사업이 25여 년째 아직도 표류하고 있듯이 대형 프로젝트가 우여곡절 없이 순탄히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갈사프로젝트도 시골의 일개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매우 버거운 사업이었다.
오직 내 고장의 발전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덤벼들었고, 그때그때 최선의 결정을 내려왔지만 시행착오와 준비부족 등이 발목을 잡아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고비 고비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군민과 터놓고 의논하고 의견을 듣고, 돌아가는 상황을 진솔 되게 군민에게 알려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군민이 실망하고 좌절하고 냉소하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五十步笑百步(오십보소백보)
맹자(孟子)가 양나라의 혜왕을 만나 한 이야기다.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데 병사들 중에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백보를 도망가고, 또 어떤 사람은 오십 보를 달아나다 멈추었습니다. 오십 보 달아난 사람이 백보 달아난 사람을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오십 보나 백보나 마찬가지입니다.”
갈사산단은 전임 군수시절에 추진되어 현직군수가 이어받고 있는 사업이다.
누가 잘했고 누가 못 했는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갈사만을 성공시킬 것인가?
이것이 갈사만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다.
이제 와서 지난 잘못을 따지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어떻게 하여야 갈사를 성공시킬지에 우리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아직 갈사는 끝나지 않았다.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의 파산과 정리, 대우해양조선과의 문제, 시공사 한신공영과의 다툼 등은 우리가 능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갈사는 하동의 로또이지만 갈사의 해법은 로또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거대 투자자가 나타나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을 기다린다면 그건 로또의 당첨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제발 당부하건대 군수가 혼자서 모든 걸 다 해결해 내겠다는 영웅적 생각에 빠지지 말자.
군수는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신이 아니다.
군민과 의논하자. 군민과 소통하자.
군민과 전문가, 군행정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법을 찾아내어야 한다.
줄 것은 주고,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부담할 것은 부담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참 한심한 것은 하동군 의회다.
군민의 지지로 당선되고 의정 활동비까지 받으며, 사무감사에 자료요구 권한까지 있는 높은(?) 분들이 집행부를 견제한다고 어깨에 힘주고 다녔는데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의회가 한 일이 무엇인지 통 이해가 안 간다.
특위구성해서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예산만 낭비하고, 한 일이 무엇인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의회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같으면 하동군의회가 왜 필요한가?
하동군 의회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