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인 도연명은 不踏庭草(부답정초), 즉 뜰에 자란 풀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돌멩이를 놓고 그것을 밟으며 다녔다. 풀 한포기도 함부로 밟을 수 없다는 태도인 것이다. 사람이 자연을, 동물과 식물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실 그럴 권리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최소한도로 이용해야지, 욕심을 채우려고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다.
사람 때문에 아예 멸종된 생물도 있으니, 다른 동물의 눈으로 보면 사람보다 더 잔인하고 악독한 동물도 없을 것이다. 이 얼마나 죄스럽고 부끄러운 것인가.
이런 현실까지 하나하나 깨우치면서 자녀가 죄송한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죄송한 마음은 부끄러움을 하는 마음이다.
‘나를 키우기 위해 부모님이 저렇게 고생하시니 이 얼마나 죄송한 일인가. 내 존재로 인해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고, 마음까지 아프게 하니 이 얼마나 죄송한 일인가. 나로 인해 많은 동물과 식물이 해를 입게 되니 이 얼마나 죄송한 일인가.’
내가 내 마음대로 하면 상대방이 불편하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상대방 마음대로 하면 내가 불편하다. 여기서 문제는 자기는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하면서 남이 자기 마음대로 하면 불편해 하는 것이다. 뻔히 문제가 보이는 이러한 태도를 고치려 해도 감사하는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부모와 이웃과 자기 자신, 이 세 모델로 마음을 닦고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면, 그 자녀는 커서 사람들을 행복의 땅으로 이끄는 주역이 된다.
세상에는 자기 욕심을 이기지 못해 사람들을 불행의 땅으로 끌고 가는 족속들도 적잖다. 가슴이 싸늘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려서부터 부모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 탓이다. <논어(論語)>에 공자의 이런 가르침이 나온다.
‘오늘날 효하고 하면 부모를 먹여 살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개와 말까지도 다 먹여 살리는 사람이 있으니, 부모를 공경하지 않으면 짐승을 기르는 것과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겠는가.’
공자는 이천오백여 년 전의 사람이니 오늘날은 그 먼 옛날의 한 시절이다. 그런데 그 가름침은 21세기의 오늘날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자라서 성인이 된 자녀 가운데 부모를 먹여 살리는 것만으로 효를 다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따뜻한 가슴 없이 머리만 쓰기 때문이다. 가슴이 따뜻하다면, 부모가 자녀를 그렇게 키웠다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부모를 마음으로 공경한다.
세 모델을 통한 가슴교육이 어떻게 넓은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것인지를 역시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보자.
<서경(書痙)>에서 가르치기를 효도하고 또 효도하라. 그리고 형제에게 우애 있게 하라고 하는데, 이를 행하는 데에 정치하는 도리가 들어 있으니 이 역시 정치하는 것이다.
효도와 우애를 옳게 실천하면 거기서 익힌 도리로 정치도 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세상을 사는 이치가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성공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녀의 성공을 바란다면 머리 교육도 필요하지만 먼저 자녀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