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하동 이천 년 사에 수많은 인물들이 명멸해 갔다.
이름을 남긴 사람도,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도 모두 이천년의 시공에 발자취를 남겼다.
우리에게 이름을 남긴 사람들 중 누구를 하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을까?
글 쓰는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하동에서 태어나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을 든다면 누구를 들 수 있을까?
최치원이나 진감국사는 아니다. 왜냐면 하동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이리저리 물어보니 대부분 정안선생과 정기룡장군을 꼽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
정안(鄭晏)은 팔만대장경을 남겼고, 정기룡(鄭起龍)은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했다

여재규의 하동군사에 의하면 정안(鄭晏)은 하동 서량곡에서 태어났다.
<고려사 열전13>에 기록된 정안의 생애를 요약하여 옮긴다.
“정안은 정숙첨의 아들인데 이전 이름은 분(奮)이었다. 그는 총명 영리하여 젊어서 과거에 급제하였으며, 음양, 산술, 의약, 음률에 모두 정통하였다.”
“정안이 진양의 원으로 나갔다가 모친이 연로하다 하여 사직하고 하동을 돌아와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최이가 그의 재주를 사랑하여 국지좨주를 주었으나 최이가 권세를 독판치고, 남을 시기하는 것을 보고 장래의 화를 피하기 위하여 남해지방으로 퇴거하였다. 불교를 좋아하고, 명산과 이름난 사찰을 찾아 다녔다.”
“최항이 정권을 잡은 뒤에 그를 불러 지문하성을 시켰다가 참지정사로 올렸다.”
“훗날 정안이 여럿과 어울려 최항을 비난하자 최항은 몹시 노하여 정안의 집을 몰수하고, 백령도로 귀양 보냈다가 사람을 보내어 바다에 넣어 죽였다.”

하동인 정안의 업적은 <팔만대장경> 판각사업이다.
정안이 없었으면 팔만대장경도 없었다고 전 문화재전문위원 박상국이 주장할 정도이다.
정안은 남해일대에 머물면서 사재를 내어 대장경을 간행하였다.
당시 대장경 판각사업은 강화도의 대장도감과 여러 지역의 분사대장도감이 그 역할을 나누었는데, 남해에 설치된 ‘ 분사남해대장도감’은 정안의 주도아래 판각사업을 진행하였다.
특히 국보로 지정된 ‘묘법연화경’등 5종의 사간판 경판은 정안이 사재를 털어 개인적으로 판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안의 두 번째 업적은 <향약구급방>의 편찬이다.
향약구급방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약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약재를 가지고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한 의서이기에 더욱 중요한 가치가 있다.
1236년(고종23년) 분사남해대장도감에서 정안이 편찬하여 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起龍無則 嶺南無 (기룡무즉 영남무)
嶺南無則 我國無 (영남무즉 아국무)
“정기룡장군이 없었다면 영남이 없었을 것이고,
영남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없었을 것이다.”
정기룡 장군에 대한 당시 조정의 평가였다.
정기룡장군에 대해 흔히들 말한다.
“육지의 이순신”, “임란의 맹호”, “60전60승의 명장”, “역사가 잊어버린 불패의 장군”
정기룡 장군 과연 그는 누구일까?

정기룡장군은 1562년 4월24일 하동군 금남면 증평리 상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30년 전에 하늘이 장군을 내었다.
태어날 때 아기의 울음소리가 우렁차 집안이 쩌렁쩌렁 울렸으며, 집과 대밭에 서기가 어리었다 한다.
17세 때 진주의 남강근처로 이사하였고, 20세 때인 1581년 경상도 상주(尙州)로 다시 이사하였다.
왜 상주 땅을 택하였는지는 그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
1585년 24세에 진주의 향리 강세정의 딸과 혼인하고, 이듬해 1586년 10월 25세의 나이로 무과에 급제 하였다.
이때 선조의 명으로 무수(茂樹)란 이름을 기룡(起龍)으로 개명하게 된다.
31세 때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거창, 상주, 고령, 합천등지에서 활약하여 수많은 전공을 세웠다.
1697년 36세 때 경상우도병마절도사로 승진하여 경주성, 울산성등을 수복하였으며, 그 이후 진주성 탈환작전에 참가하여 혁혁한 승리를 거두었고, 명나라의 총병직(摠兵職)을 제수 받기도 하였다.
1617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되었다가 1622년 통영의 통제영에서 순직하였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 금흔리에 안장하였으며 상주에 충의사, 하동에 경충사를 건립하여 장군을 기리고 있다.

그의 거창전투는 임진왜란 당시 육지에서 거둔 최초의 승리였다.
그는 임란 4대첩의 하나인 상주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임란의 4대첩은 행주대첩, 한산도 해전, 진주대첩, 상주대첩이다.
그는 정유재란시 서울로 진격하는 왜적 삼로군(三路軍)중 중로군(中路軍)의 북상을 저지하여 영남을 지켜 내었다.
그는 임란극복의 일등공신으로 책봉되었다.
1605년 선조는 도승지 신흠에게 정기룡장군을 선무일등공신(宣武一等功臣)에 새롭게 취품하라는 교지를 발표하게 했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7년만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기룡장군이 돌아가신지 150년이 흐른 1773년에 영조가 ‘충의공’이라는 시호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