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명사마을 박 석 미

내 삶을 뒤돌아 보면 온 가족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고, 아이들을 굶기지 않고 달라할 때 줄 수 있게 절약하며 또 절약하며 살았습니다.
나를 위해서는 구두쇠로 살았지만 베풀어야 할 자리엔 인심을 잃지 않고 나보다 내 주위를 먼저 챙겨온 게 주제넘은 일인지 어리석게 살아온 건지 답이 없었습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보니 있을 때 아끼고 내일 걱정이 먼저이고 계산적인 삶을 사는 게 내 방식이었습니다. 언니가 아플 때 먼저 달려가고 아이들 셋을 돌봐주고 오빠가 어려울 때 조카 둘을 돌봐주고 동생의 산후조리를 해주고 시숙님 아들, 시동생 딸 모두가 내게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가정경제가 넉넉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신심에서 배운 것을 실천했을 뿐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모두가 공덕선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내 몸 아낄 틈도 없이 일이란 일은 참 많이 했습니다. 통장엔 잔고가 없고 적금한번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어도 지나고 보니 모두가 공덕이었습니다.
푸념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한탄할 사이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았습니다. 30세가 되기 전부터 노후준비를 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남편의 고정수입이 없는 생활을 하면서 내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았습니다.
친정, 시집 내게 도움을 청할 때 야박하게 거절할 수가 없어 모두가 과거세 내 모습이라 하기엔 너무 억울했습니다. 현재의 내 모습은 과거세 내 업보이며 현재의 내 생각 행동이 미래의 내업보가 된다는 성인의 말씀에 인간은 뛰어난 화가가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리듯이 얼마든지 지금의 팔자를 전환해 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글을 보면서 나도 내 미래를 아름답게 행복한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내게 부딪쳐오는 모든 인연을 오는 인연 막지 않고 가는 인연 잡지않고 묵묵히 내 마음속에 좋은 그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신기하게도 마음을 바꾸니까 짜증이 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복을 쌓고 봉사를 한다며 웃으며 살 수 있었습니다. 조카들을 웃으며 각자의 자리로 돌려주었습니다. 마지막 숙제가 남편이 대수술을 k고 다섯 살 아이이 지능으로 내게 왔습니다. 그때는 내가 엄청난 단련으로 인간혁명, 경애혁명이 되어있어 남편을 모시고 지리산으로 이사를 와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10년을 살았습니다.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 우리 집을 거쳐 간 12명의 조카들이 한자리에 모여 밤을 새우며 그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이숙이, 우리 고숙이, 외삼촌이,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라며 어릴 때 느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초상집이 아닌 잔치 집 분위기로 남편의 칭찬으로 덕담으로 웃음으로 마지막을 보내드렸습니다. 모두가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제 노후도 준비가 되어있어 걱정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인간사에 일방통행은 없습니다. 준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은 배가 되었습니다. 내가 아플 때, 남편이 아플 때 내 형제 자매가 우리를 지켜주었습니다. 지금은 친정육남매, 시집에 살아있는 두시누이가 수시로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고 찾아오고 외로울 틈이 없습니다. 시집의 장조카, 우리 집의 두 아들, 입양한 조카딸 모두가 사촌이 아닌 사남매가 되어 나를 보살피고 걱정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픈 데가 없어 대둔산, 노고단, 덕유산, 전국일주를 하며 지리산, 계곡 바다에도 가보고 내마음속에 그려왔던 아름다운 그림에 어떤 채색을 칠해갈지 그것은 임종의 내 모습으로 보여 질 수 있겠지만 아름다운 그림 행복한 그림을 완성해 갈 수 있게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게 내 아이들과 형제자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