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오는 2월 11일은 정월대보름이다.
농경문화의 뿌리가 깊은 우리 민족에게 달이 주는 의미는 각별했다.
달에게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했으며, 자식들의 건강과 성공을 빌었다.
밤하늘의 밝은 달은 그렇게 소원성취를 비는 대상이면서 인생길에 어둠을 물리치는 빛을 상징했다.
도교에서는 정월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중원(中元)이 백중날인 음력 7월15일이고, 하원(下元)이 음력 10월15일이다.

달은 여신(女神)과 대지(大地)를 뜻한다.
태양이 양(陽)이며 남성으로 상징되는데 비해 달은 음(陰)이며 여성으로 인격화 되었다.
달은 여성, 출산, 물들과 연결되어 여신으로 대지의 신으로 믿어져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달의 차고 기우러짐은 농사를 짓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오는 2월11일은 정유년에 처음 맞는 가장 큰 보름이다.
아직도 많은 집에서 정월대보름이 되면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고 귀밝이 술을 마신다.
묵은 나물은 주로 가을에 갈무리 해둔 것으로 야채가 귀한 정월에 주요한 비타민 공급원이다.
대개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 가지, 버섯, 고사리, 고비, 도라지, 시래기, 고구마 순 등 9가지를 쓴다.
오곡밥은 찹쌀, 조, 수수, 팥, 검은 콩 등 5가지로 밥을 짓는다.
언제부터 오곡밥을 먹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고려 때의 일연은 삼국유사기 이편(三國遺事)에 그 유래를 적어놓았다.

신라 소지왕이 천천정에 행차하였다. 이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었는데 쥐가 사람말로 말하였다.
‘이 까마귀 가는 곳을 찾아 가시오’
왕은 말을 탄 병사에게 명하여 까마귀를 쫓아가도록 하였다. 병사가 남쪽으로 파촌에 이르렀는데 돼지 두 마리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 병사는 한참을 보다가 그만 까마귀가 간곳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길가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어떤 노인이 연못 속에서 나와 편지를 주었다.
편지 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편지를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고, 열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
이 편지를 왕에게 바쳤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두 사람이 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열어보지 않고 한사람이 죽는 게 낫겠다.’
그러자 일관이 아뢰었다. ‘두 삶이란 백성을 말하는 것이고, 한 사람이란 왕을 말하는 것입니다’
왕이 편지를 여니 ‘거문고집을 쏘라(사금갑, 射琴匣)’고 되어 있었다. 왕이 궁궐로 돌아와 거문고집을 쏘니 중이 궁주와 몰래 간통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사형을 당했다.
이로부터 나라의 풍습에 해마다 정월 첫 해일(亥日, 돼지), 첫 자일(子日, 쥐), 첫 오일(午日,말)이 되면 모든 일을 조심하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월 보름을 오기일(烏忌日, 까마귀의 제삿날)이라 하여 찰밥으로 제사 지냈는데 지금까지도 행해지고 있다.

옛날부터 설날을 신일(愼日)이라고 표현하여 삼가고 조심하기를 대보름까지 하였다고 한다.
동지에 양(陽)의 기운이 생기기 시작하였으나 설날에는 아직도 음의 기세에 눌러 있으니 완전히 새로운 우주변화에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시작을 맞아 차분하게 한해를 준비하는 기간이라서 그랬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거나 설날에서 보름까지 15일 동안은 삼가고 근신하다가 정월대보름날 달집을 태우면서 모든 악한 것을 보내고, 새로움을 다시 시작한다는 기간이다.

정월대보름의 하이라이트는 달집태우기이다.
달집은 어떻게 짓고 태우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먼저 달집을 지을 중앙에 말뚝을 박고 새끼줄로 지름 10m의 원을 그린다.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오방기를 사방에 세운 다음 땅의 주인인 성주신에게 달집제작을 알리는 제를 올린다.
상주송목이라고 하는 12m 길이의 소나무 세 기둥을 정삼각형에 맞도록 삼각뿔로 세우고 묶는다.
세 소나무는 각각 하늘(天), 땅(地), 사람(人)을 의미한다.
세 기둥사이로 각각 작은 소나무 네 개를 세워 올리면서 둥근 형태를 만든다.
12개의 작은 소나무는 12달을 의미한다.
그 사이를 다시 메우기 위해 대나무 365개를 새끼줄로 엮어 세우는데 이 역시 일 년의 날수이다.
그 속에는 사계절을 상징하는 4동의 짚단을 넣는다.
솔가지와 장작들을 달집 안에 쌓고 달이 뜨는 방향으로 문을 낸다.
용마루를 씌운 후 이엉을 주변에 둘러치고 새끼줄로 중간 중간 동여맨다.
달집이 완성되면 대보름날 아침에 당산제를 올린다.
달집이 타오르면서 모든 액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월성신(달신)께 내려와 달라고 요청하는 의미이다.
요즘은 당산제를 지내는 곳이 거의 없고 달집을 태우기 전에 제례를 올린다.
문제는 제례의 방향이다.
달을 보고 제례를 지내야 할까? 아니면 달집을 보고 제례를 지내야 할까?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달이 달문으로 달집에 들어 왔으니 달집을 보고 지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주민들의 소망지는 제례 전에 달집 사이사이 새끼줄에 매단다.
달이 뜨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달집을 태운다.

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정유년 대보름날 달집태우기가 하동의 어둠과 어려움을 불사르고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는 그런 날이기를 다 같이 기원하자 휘영청 밝은 달이 미래를 노래하게 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우리 모두의 근심을 태워 버리자.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