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몇 년 전 미국 뉴욕타임즈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한 대형마켓이 어떤 가정에 ‘아기 옷과 유아용품 할인쿠폰’을 보냈다.
이 집에는 고등학생인 딸 밖에 없었는데 쿠폰을 받은 부모들이 노발대발 했다.
‘아직 어린 내 딸아이에게 임신을 부추기는 거냐?’
하지만 며칠 뒤 딸이 임신했다는 것을 부모들이 알게 된다.
부모도 모르는 딸의 임신 소식을 대형마트는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얼마 전에 딸이 로션을 무향로션으로 바꾸고, 안 먹던 미네랄 영양제를 마트에서 샀다고 한다.
대형마트는 고객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딸의 구매변화를 분석하여 임신가능성을 판단하였고, 앞으로 필요할 유아용품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조금 섬뜩하기도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라고 한다.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세계정상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공개대국에서 대부분의 예측을 깨고 최종전적 4승1패로 승리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한국기원은 알파고가 정상의 프로기사 실력인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랐다고 인정하고 프로명예9단증을 수여했다고 한다.
알파고의 승리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서막으로 우리에게 비쳐지고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국내에서 꽤나 흥분들 했었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이란 무얼 말하는 것일까?
1차 산업혁명은 농업과 수공업 위주의 유럽에서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공업과 제조업이 크게 발달하게 된 현상으로 ‘기계적 혁명’을 말하고, 2차 산업혁명은 미국에서 증기 대신 전기의 힘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면서 시작된 것이며,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들어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시대가 열린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처음 주장하였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여 말하자면 컴퓨터 소프트 파워를 통한 공장의 자동화, 지능화 현상이다.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등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과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이버세계와 물리적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 구축되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고 이러한 연결은 막대한 데이터(빅데이터, BigData)를 축적하게 된다.
이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결합하여 그들이 그려갈 새로운 세계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인류의 운명과 미래, 그리고 미래 사람들이 살아갈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학자들이 예시하는 앞으로의 변화들을 살펴보자.
자동차는 인공지능로봇이 들어가 원하는 목적지로 자동으로 데려다 주고, 무인비행기 드론에 주소만 입력하면 사람과 물건을 원하는 장소로 데려다 준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3D프린팅으로 만들어 내고,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인간의 장기나 조직을 만들어 자동차 부품처럼 갈아 끼우게 되어 사람의 수명도 아담, 이브의 시대처럼 900세 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인공지능 로봇과 가상개인비서와 같은 지능형 기계가 등장하며, ICT와 결합한 공장에서는 소비자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1인 1제품이 생산된다.
소, 돼지를 키우는 축사가 사라지고 대신 공장에서 맞춤형 육류를 생산하여 판매하게 된다.

새로운 걱정거리는 없을까?
]다보스 포럼 미래고용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선진국에서만 향후 5년간 7백 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백 만 개가 새로이 생겨날 것으로 분석하면서 노동시장의 붕괴를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기술과 정보의 편중으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 의존하는 삶의 형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어나게 하겠지만 의존도가 심해지면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특정 소수가 독점하는 빅데이타는 개인적, 민주적 관계를 붕괴시키고 개인적 생활을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화 할 우려도 있다.

경남도에서는 50년 미래 먹거리 사업이니 신 성장 동력이니 하며 거창하게 말하고 있지만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 앞에서 과연 버텨낼 수 있는 사업들일까?
우리 하동에서 벌리고 있는 알프스계획등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과연 다음세대에 황금알을 낳아줄까?
산악열차. 모노레일 등이 다음세대에도 유용할까?
20~30년이면 결코 멀지않은 미래의 일이다.
인공지능과 IT가 결합된 미래 사회의 변화패턴과 욕구를 예상하고 사업들을 구상하고 기획하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진행된다면 지금의 계획들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말 가능성이 높다.
시대의 변화를 예측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하동발전 전략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