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늪에 빠져 허덕거리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다. 박대통령과 최태민의 관계에서 시작되어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전 남편 정윤회로 이어진 40여년 인연이 마침내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한 나라의 정치가 소용돌이 치고 대통령 하야까지 들먹여지는 사이 시급한 민생현안은 표류하고 있다. 국민만 불쌍한 꼴이 된 것이다. 개인적 인연은 오래 될수록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개인적 인연과 국가 사무를 분별할 줄 아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과하는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저 지경인데 지방자치단체들은 정상적일까? 윗물이 저토록 썩었을진대 아랫물이 맑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동군은 아니길 바라지만 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훨씬 전부터 하동에도 이런 저런 권력의 줄을 잡은 이들에 대한 말들이 수도 없이 나돌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는 최순실이고 두 번 째가 정윤회이며 세 번째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말이 떠 돈 것처럼 하동에도 권력을 빙자한 소위 누구의 오른팔들과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힌 인연의 고리를 자처하는 이들이 골골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대개는 실제가 아닌 자기 과시일 뿐이겠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 설령 소문과 사실이 달라 그런 일이 하동에는 없다고 해도 중앙에 난리가 난 마당이라면 타산지석으로 한번쯤 뒤돌아 볼 필요도 있는 것이다.
소위 비선들이 힘을 부리는 정치는 군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거대한 중국을 차지한 역대 왕조들 중 환관이 설치는 바람에 무너진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 딱하게 된 것도 그런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동은 전국적으로 봤을 때 잘 사는 고장이 아니다. 낙후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정 6기 이후 낙후를 떨쳐내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지만 갈사만은 한없이 떠내려가고 있고 미래 먹거리 창출은 아직도 어둠 속이다. 이쯤 되면 왜 속 시원한 반전이 없는지 이참에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군의 민심에 밝은 어떤이는 이런 말을 한다. 고삐를 당겨도 말들은 움직이지 않고 제 먹을 풀만 찾고 살림을 총찰해야할 이들은 제잇속놀음에 혈안이라고. 그것이 현실이라면 큰일이다. 혼자 광야에서 외롭게 외쳐서는 소득이 없다. 그렇게 된 원인을 통감하고 그야말로 쇄신을 해야 희망이 있다.
하동이 잘 사는 고장이 되는 길은 거대한 공장이나 전국적 관광명소가 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민관이 서로 신뢰하고 하동살이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다면 못살아도 자랑할 고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하동은 어떤가. 김영란 법 실시가 약이 되어 청렴선포를 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군민은 얼마나 될까? 김진표 군의원의 수의계약사건은 하동군의 청렴도를 보는 거울일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2014년 58억여원이었던 하동군의 수의계약 액수는 2016년 150억 가까이 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수의계약이 하동군 전체 130여 업체 중 일부 소수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계약 전체를 색안경 끼고 볼 이유는 없다. 그런 쓰임새의 일이 많을 수도 있고 법적으로 2000만원 이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2016년 기준 일부 업체들만 3억원 이상 수주한 것은 분명 군민의 의구심을 살만한 것이다. 영세업체에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수의계약 상한을 천만원으로 하고 그 이상은 입찰로 하라는 공론이 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렴하고 공정한 군정을 군민이 자랑할 수 있어야 민선 6기는 성공할 수 있다. 크든 작든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그 피해는 모두 군민에게 돌아간다는 걸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순실 사건이 타산지석이 되어야 하며 그런 후에 잘사는 하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