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 직하정... -
盤桓醉醒同(반환취성동) 술에 취해 함께 깨어나 머뭇거리며,
歌筵唱酬可(가연창수가) 노래하는 자리에서 시가(詩歌)를 주고받네.
自憐畏暑者(자련외서자) 가련하다, 이 몸은 더위를 두려워하니,
未能雙耳朶(미능쌍이타) 아직 두 귀가 늘어지지 않았다네.
氣鬱煎茶葉(기울전다엽) 기분이 울적하여 차를 달여 마시고,
胃殘吐飯顆(위잔토반과) 위에 남아있는 밥알을 토(吐)하였다네.
囂塵難脫屣(효진난탈사) 시끄러운 세상일 벗어나기 어려워,
故園欲返柁(고원욕반타) 배 저어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네.

稷下亭[직하정] 북천면(北川面) 직전리(稷田里)에 있는 정자로 1674년(현종15)에 직하재 문헌상(稷下齋 文憲尙.1652~1722)이 정자를 지었다. 서원에 준하는 사학의 교육기관이었고 문씨(文氏)들의 가숙(家塾)이기도 하다. 직하재(稷下齋)라고도 한다.
盤桓[반환] 어정어정 머뭇거리면서 그 자리에서 멀리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일.
煎茶[전다/전차] 차를 달임.
飯顆[반과] 밥알. 쌀알. 황정견(黃庭堅)은 “연아(演雅)”란 시에서 提壺猶能勸沽酒[제호란 새 그래도 술이라도 권하지만], 黃口只知貪飯顆[꾀꼬리 입으로 하는 짓 고작 쌀알 쪼는 것뿐이네].라고 읊었다.
囂塵[효진] 시끄러움과 티끌, 시끄러운 세상
故園[고원]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고향(故鄕).

※ 북천면(北川面) 직전리(稷田里)에 있는 직하정(稷下亭)에서 지은 차시(茶詩)로“증허진사군백(贈許進士君伯)”외에 2수(首)가 있으며, 하동과 관련된 시(詩)로는 “과하동부(過河東府)”, “악양정(岳陽亭)”, “쌍계사(雙溪寺)”, “칠불암(七佛菴)”등 46수(首)가 있다.

권상빈[川后 權相彬.1853(철종5)~1889(고종26)]. 조선 말기의 유학자. 兒名(兒名)은 권상필(權相弼), 자(字)는 주약(周若), 호(號)는 천후(川后), 본관(本貫)은 안동(安東), 거주지(居住地)는 산청(山淸) 단계(丹溪)이다. 文集《천후집(川后集)》. 어려서부터 총명하였고 재기가 과인하였다. 성실한 자세로 학문에 임하였으며 항상 단정히 앉아 독서하였다. 또 스스로의 행실을 엄정히 반성하여 옛 성현을 따르고자 하였다. 문장으로 인근 고을에 명망이 있었다. 혜산(惠山) 이상규(李祥奎), 명호(明湖) 권운환(權雲煥), 회산(晦山) 이택환(李宅煥) 등과 교유하였다. 이들과 같이 시사(詩社)를 조직하고 '향산낙사(香山洛社)'라 이름 지었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