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를 타고 순찰을 다니다 보면 금오산에는 어느덧 초록이 가득한 신록의 계절이다. 처음 진교파출소에 실습을 나왔을 때 마주한 금오산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시간이란 참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파출소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사건이 물피 도주 사고. 쉽게 말하면 주행 중인 차가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를 긁거나 들이받은 후에 그냥 도망가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보험 개발원에 따르면 한 해 평균 40만 건 이상의 물피도주 사고가 발생하고‘가해자 불명 교통사고’보험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이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물피 도주 사고의 문제점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법률이 미비하여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물 손괴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 고의성의 입증이 어렵다.
다른 방법으로는 도로 교통법 제54조 제1항 사고 후 안전조치라는 조항이 있으나 이 조항은 대법원 판례에서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혀 적용대상이 안 된다.
외국의 경우에는 물피 도주 사고에 대해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징역6개월 또는 벌금형,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에도 3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정차 차량에 손괴를 입힐 경우 전화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차주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 수정이 필요하고 어길 경우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
또한 차량의 주차 공간 또한 차량의 크기가 커진 만큼 예전의 주차 폭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차 폭의 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가 양심을 지키며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와 내가 한 행동은 내가 책임진다는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