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비 문 찬인

서울 어떤 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의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해서 가진 오찬에서 송로버섯,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아샐러드, 샥스핀찜, 능성어구이, 한우갈비 등 최고의 만찬을 내놓은 게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언론의 보도 내용 중 한 두 가지는 먹어 보았거나 또 다른 몇 가지는 말이라도 들어본 것인데 송로버섯은 과문인 탓인지 금시초문이다.
지적 호기심에 충만하여 열심히 자료를 검색하니 송로버섯은 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값비싼 음식이란다.
송로버섯은 국내에서 나오지 않아 전량을 수입하는데 시중에 1kg에 3백만 원 정도에 판매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갑자기 몸이 더워진다.
올 여름이 20여년만의 폭염이라는데 오늘은 더 덥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쯤엔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이는데 아직은 요지부동이니 이러다 가을이 없이 겨울로 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을이 없기야 하리.
가을은 곧 온다. 자연의 섭리다.
가을을 기다리며 세계 3대 진미를 맛보자.

가을 송이에서 나는 그 은은하고 아련한 솔향기로 송이가 세계에서 최고의 버섯인줄 알았다.
그러나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유럽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버섯은 트러플(Truffle)이라 불리는 송로(松露)버섯이란다.
송이와 이름이 비슷하여 사촌 쯤 되는 줄 알았는데 송로는 소나무와 전혀 상관없는 떡갈나무 숲의 땅속에서 자라는 극히 못 생긴 버섯이다.
땅속 5~30cm에서 자라며, 더러는 1m 깊이에서도 채취한다고 한다.
10월이 되면 채취를 시작하는데 훈련된 개들을 데리고 한밤중에 떡갈나무 숲으로 나가 채취한다.
한밤중에 채취하는 이유는 개들의 후각이 그 시간에 가장 예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채취 장소를 알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트러플이 있는 장소를 발견하면 개들이 앞발로 땅을 파는데 이때 개에게 맛있는 먹이를 주고 사람들이 고대 유물 발굴하듯이 조심스럽게 땅을 파서 꺼낸다.
야성적 숲의 향기와 신선한 땅 내음을 지닌 이 버섯은 호두알만한 것부터 사과크기까지 다양하고 인공재배가 안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주로 나는 검정 트러플은 겉과 속이 까맣고 견과류처럼 생겼는데 특유의 진한 향으로 유명하다.
흰 트러플은 이탈리아의 알바와 피에몬테 지방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치는데 ‘이탈리아의 자존심’으로 불린다고 한다. 강하고 우아하면서도 원초적인 형용할 수 없는 향을 지녀 검정 트러플에 비해 서너 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도비는 여러분께 송로 버섯을 소개하고 있지만 어떤 맛과 향인지 도저히 가늠이 안 된다.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푸아그라는 살찐 간, 또는 기름진 간을 의미한다.
거위에게 일정 기간 강제로 사료를 많이 먹여 간의 크기를 크게 만들어 낸다. 한 마리의 거위에서 나오는 푸아그라의 양은 150g정도이며, 품질에 따라 A, B, C 세 등급으로 나누어지는데 최고 등급의 푸아그라는 버터처럼 부드러운 맛을 낸다고 한다.
기름지고 부드럽고, 농후한 깊은 맛을 지닌 푸아그라는 잔혹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진다.
거위가 움직일 수 없도록 좁은 우리 안에 목을 고정 시킨 뒤 긴 튜브를 꽂아 강제로 사료를 먹이고 하루에 서너 번 씩, 한 달 정도 반복한다고 한다.
개고기 식용이 야만적이라고 한국을 맹비난했던 프랑스 사람들. 과연 그들이 우리를 나무랄 자격이 있을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음식 가운데 가장 섹시한 맛이라 불리는 캐비아. 바다의 맛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해서 세계 3대 진미로 꼽힌다.
과거 페르시아의 시(詩)에서 최음제로 표현되었을 정도로 남자에게 좋다고 한다.
캐비아는 철갑상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이다. 카스피 해를 중심으로 러시아, 이란 등지에서는 오래 전부터 먹기 시작했다.
철갑상어는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자라다가 산란기를 맞으면 카스피 해로 돌아간다. 주로 봄, 가을에 어획하는데 남획으로 그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카스피 해에서 생산되는 캐비아의 kg당 가격은 800~1300 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

세상의 1%만 먹을 수 있는 음식.
그게 어떤 맛이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습니다.
맛있겠지요.
옛날 전제군주 시절에도 백성이 어려우면 왕이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고 합니다.
또 어떤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칼국수만 내놓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최선의 덕목은 믿음입니다.
공자님 말씀에도 있지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최고 통치자가 우리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그 믿음이 나라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임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