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비 문 찬인

삼복(三伏) 더위.
하지를 지나 입추에 이르기 까지 가장 무더운 기간이다.
그런데 삼복(三伏)의 복(伏)이 문제다.
파자하면 사람(人)과 개(犬)가 된다.
그래서 복날에 보신탕을 즐겨 먹는 것일까?
요즘 서울의 보신탕 집은 장사가 안되어 울쌍이라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어릴 때 보던 누렁이가 거의 멸종되어 개고기 맛이 옛날 같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개는 애완동물, 반려견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개고기 먹기를 꺼려하는 탓이 큰 이유라 한다.
이제 복날 최고의 음식은 삼계탕이다.
지금의 복(伏)자도 사람 人변에 개犬이 아닌 닭鷄로 바꾸어 써야 할지 모르겠다.

복날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문헌은 과문인 탓인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가장 더운 시기에 체력 보강을 위해 고단백의 영양식이 필요 한데서 출발 했으리라 짐작되고,
소, 돼지, 닭 등은 돈이 되는 주요자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만만한 개가 걸려든 게 아닐까 하는 게 도비의 추측이다.
어찌되었던 지금은 복날을 정하는 원칙이 확립되어 여름이면 삼복에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너도 나도 식당 앞을 기웃거린다.
그러나 삼복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동양의 철학과 지혜가 담겨 있다.

삼복(三伏)은 하지가 지난 후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 네 번째 경일(庚日)을 중복으로 하고, 입추가 지난 후 첫 번째 경일(庚日)을 말복으로 하는데 10일 간격으로 다가온다.
입추가 늦게 드는 해는 말복이 중복에서 20일 쯤 지나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2016년 올해는 초복이 7월 17일이고, 중복이 7월 27인데 입추가 8월 7일이어서 말복이 8월 16일이 된다.
작년과 같게 올해 말복도 월복인 셈이다.

경일(庚日)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십천간(天干)중의 ‘庚경’을 말한다.
경(庚)을 ‘목화토금수 木火土金水’의 오행(五行)으로 분류하면 금(金)에 해당되고 계절로는 가을이다.
금(金)은 서늘하고 차가운 음(陰)의 기운으로 무더운 여름에서 선선한 가을이 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화(火)의 기운이 작물을 불꽃같이 화려하게 꽃과 잎을 피워 올리고 나면 가을의 금 기운이 낙엽을 지게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다.
10 천간(天干)중 金의 기운은 庚과 辛이다. 庚이 가을의 초입이라면 辛은 가을의 끝자락이다.
火의 기운이 매우 강성한 삼복에 金의 기운인 庚은 맥을 추지 못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여름의 강성한 火의 기운에 金의 기운이 엎드리는 것이다. 엎드릴 복伏자를 쓰는 연유이다.
그래서 금의 기운을 북돋아 차고 서늘한 가을 기운이 하루라도 빨리 오게 하여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자 庚일을 伏날로 정하고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는 것이 복날에 담긴 동양철학적 의미이다.

삼복더위 복날에 먹던 대표 음식으로 는 개장국과 삼계탕이다. ‘동국세시기’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도 있었다 한다. 아마 팥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귀신이나 부정한 것을 쫓는다는 믿음이 있어 그러한 것 같다.
‘동의보감’에는 개고기가 오장을 편안하게 해주고, 혈맥을 조절하며,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도(陽道)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 시킨다고 되어있다.
우리 조상들이 복날이면 잡아먹던 누런 똥개는 거의 종적을 감추었고 대부분의 보신탕집에서는 도사견, 중국산 들개, 애완견, 유기견등을 사용하고 있다 하니 복날 우리가 먹는 개장국은 옛날 보다 크게 효능이 없는 듯하다.

복날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엎드릴 복(伏).
봄, 여름의 양(陽)의 계절에서 가을 겨울의 음(陰)의 계절로 넘어가는 계절의 큰 변화를 앞두고 겸손하게 새로운 날을 준비 하라는 가르침일까?
음양오행의 변화를 살펴보면 火의 기운이 가장 극성일 때 이미 金의 기운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제 막 시작되는 金의 기운은 힘이 미약하니까 초복에 한번 무릎 꿇고, 중복에 또 무릎 꿇고, 말복에 다시 또 무릎 꿇는데 그 사이에 강성했던 火의 기운이 제풀에 지쳐 물러나고 가을이 시작된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고, 성하면 쇠한다는 원리이다.
여름 더위가 아무리 강성해 보여도 때가 되면 결국 서늘한 가을이 이기고 만다는 것이 복날의 진정한 가르침이 아닐까?

삼복(三伏)은 자연에 경건하게 세 번 무릎 꿇고 오만한 스스로를 추서리라고 만들어 놓은 우주의 원리라는 어느 분의 글이 떠오른다.
무더운 여름나기로 보신탕이나 삼계탕집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지 말고 ‘더우니까 여름이다’ 하고 마음을 다잡는 그런 복날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