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비 문 찬인

올 여름도 예사롭지 않다.
아직은 초여름인데 지리산 계곡도 32~3도를 벌써 오르내리니 시중이 얼마나 더운지는 불문가지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던 어린 시절, 그 때의 기억으로는 30도를 넘나드는 것에 불과 했지만 ‘염제(炎帝)’가 기승을 부린다고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다.
평상에 둘러앉아 모캣불을 피우고 부채를 부치며 수박을 먹던 그때는 잘도 더위를 견디어 냈는데 에어컨, 선풍기 다 있는 지금에 더위 견디기가 더 힘든 이유는 뭘까?

옛날 우리보다 훨씬 앞서 살았던 현인들은 세상이 점차 더워질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우주가 양(陽)의 시대에 접어들어 점점 팽창해지고 계속 뜨거워질 것 이라는 동양(東洋) 역(易)의 원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우주의 순일한 다섯 운(運)이 지구에 닿을 때 23.5도 기울어진 지축과 지구의 타원형 공전 탓으로 6기(氣)가 발생하는데 木, 火, 土, 金, 水의 다섯 기운에 상화(相火)라는 기운이 더 만들어진다.
상화는 火와 유사한 기운으로 늦여름, 초가을을 더욱 덥게,더 길게 만든다고 한다.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를 ‘엘니뇨’와 ‘라니냐’현상으로 설명하는데 참 어렵다.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뜻하는 ‘엘니뇨’는 적도부근의 바다표면의 온도가 6개월 이상 평균수온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으로 서태평양에 있는 필리핀, 인도네시아등지에서는 가뭄이 오고 동태평양에 있는 페루와 에콰도르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장마가 진다.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뜻하는 말로 엘니뇨와 반대로 바닷물의 온도가 낮아져 인도네시아, 필리핀등지에 많은 비가 내리고, 페루 등 남아메리카는 서늘해지고 북아메리카는 강추위가 온다고 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엘니뇨는 전 세계 곡물생산의 70%를 담당하는 북남미 국가들에 홍수를 일으키는 반면 라니냐는 가뭄을 초래하는데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10월 파종 예정인 2017년도 작물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예 선인들의 피서방법이 구체적으로 소개 되어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따가운 햇살을 피해서 녹음 우거진 그늘을 찾는 것이고, 그 다음은 그늘지고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는 일이다.
차가운 약수를 마시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시원한데 이를 탁족(濯足)이라고 한다.
발바닥에 온 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 발만 물에 담그고 있어도 더위는 잊을 수가 있다.
더위를 식히는 기구로는 부채가 가장 손쉽다.
우리나라에서 부채에 관한 첫 기록은 ‘왕건’이 고려왕으로 등극하자 후백제의 ‘견훤’이 ‘공작선(孔雀扇)’을 선사 하였다고 한다.
여름에 더위를 이기는 약으로 단오날 쑥을 뜯어 두었다가 먹었고, 익모초(益母草)즙을 내어 먹어 더위를 이기는 힘을 길렀다 한다.
한방으로는 제호탕이나 옥추단이 여름 더위에 대비하는 약이라고 한다.
더위를 이기는 시원한 음식으로 냉면, 냉콩국수 등을 먹었던 것과 반대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보신탕, 삼계탕, 영계백숙 등을 먹었는데 땀을 흘리게 하여 몸을 보하는 방법이었다.
또 ‘더위팔기’라는 풍습이 있었는데 정월달 이른 아침에 지나가는 사람 이름을 불러 무심코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게’하고 외치면 그해 여름 더위를 이긴다고 믿었다.

더위를 이기는 맛있는 음식하나를 하동군민신문 독자 여러분께 알려 드릴까 한다.
‘오이 반, 소면 반 콩국수’이다.
오이를 채칼로 가늘게 썰어 면처럼 만든 후 국수와 같은 양으로 넣은 다음 콩국을 붓는 것이다.
오이가 열을 내리고 갈증을 풀어주고 단맛이 나기 때문에 아주 시원하고 맛있는 오이콩국수가 된다.
그러나 더위를 이기는 것은 마음이다.
덥다 덥다하고 설치면 더 덥다.
7~9월 길어야 삼 개월이고 그나마 8월 중순이 지나면 아침, 저녁으로는 꽤 견딜 만하다.
3년 군대 갔다 오는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 아닌가?
“더우니까 여름이다.”
“여름에 땀 흘리면 겨울 감기 걸리지 않는다.”
여름을 긍정적으로 맞이하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피하지 못하는 일이니 덥고 땀나는 것을 오히려 즐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