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회는 해당 지역의 사람이라면 수없이 들어도 반가운 이름이며, 늘 바라만 봐도 고마운 존재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객지에서, 그렇게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애향심(愛鄕心)이라는 어쩌면 특별한 것을 바탕에다 두고, 서로간의 교류와 화합을 통해 향우들의 복리 증진과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고향 발전에도 기여하기 위한 친목단체가 바로 향우회다.
그러니, 전국의 향우회들은 해당 회원들 체육행사, 향우회는 물론 고향의 어려운 이웃돕기, 후학 양성을 위한 향우 자녀 장학금 지급 등 다방면에서의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제 강점기였던 1932년에 창립된 재부산 하동향우회는 어쩌면 대한민국 향우회의 효시(嚆矢)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만큼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필자도 재부산 하동향우회의 정기총회 자리에 제30대 김용구 회장님 때부터 아마 한해도 빠지지를 않고 참석 했던 것 같다.
25만명의 재부산 향우들을 비롯해 고향 하동의 군민들에 이르기까지 지난 16년간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랬었기에 필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관련 부분에 한해서 만큼은 자신있게 말을 할 수가 있다.
어느해 부턴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재부산 향우회 정기총회의 자리에는 참석 인원이 점차적으로 줄어들기 시작을 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이곳저곳으로 왜 그럴까? 왜 잘 참석을 하던 사람들이 어느핸가부터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 직접 확인을 해 보았다.
그 결과 그들이 하는 대답을 대략적으로 요약할 수 있었으며, “-. 향우회가 몇몇 특정인들을 위한 그런 자리다. -. 환갑이 넘었어도 그곳에 가면 쟁반들고 심부름이나 해야 된다. -. 젊은 사람들이 들어 설 만한 그런 틈을 주지를 않는다. -. 행사라고 해 봐야 해마다 매년 똑 같은 행위의 재연을 할 뿐이다. -. 어르신들은 몰라도 우리는 고향을 그렇게 따지지 않는다. -. 나에게는 향우회가 별 도움이 되지를 않는 것 같다. 등…” 이런 이유들을 거론했다.
정작 현실의 상황이 이럴진데, 얼마전 재부산 하동향우회의 정기총회 및 체육대회 자리가 마치 정치판으로 전락한 듯한 모양새를 연출해 더욱 큰 실망을 안겼다.
6월 21일 정부가 김해공항의 확장안을 대안으로 확정하면서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부산지역과 밀양시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 지역의 치열했던 다툼은 싱겁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런데, 재부산 하동향우회 행사 당일에 버스를 타고 부산 시내를 지나는 길에 한마디로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항도 부산이 온통 ‘신공항 유치’을 위한 현수막들로 마치 도배를 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행우회 행사장에서는 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입장식을 준비하던 하동읍 행렬 앞에 ‘동남권 신공항은 가덕도로’ 라는 대형 현수막이 펼쳐져 필자는 사진 촬영을 중단하고는 ‘이런 것을 누가 준비를 했습니까?. 민감한 문제를 더구나 고향이 경남인 하동향우회에서 이런 것을 다루어서는 모양이 좋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잘 모르겠다’ 라는 말을 들은 필자는 다시 본부석으로가 향우회 관계자 분에게 ‘향우회 행사에다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부산시로부터 뭘 좀 받았습니까?’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13개 각 읍면 앞줄의 향우들 손에는 저마다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하는 대형 현수막들이 보기 좋게 펼쳐져 있었고, 황당해 하며 무심결에 본부석의 상단을 올려다 보니 그곳에도 당당하게 가덕도 신공항을 갈망하는 부산 사람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어디 그 뿐이던가, 음식을 나르던 일부 향우들이 입고 있었던 조끼의 등 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더구나 서병수 부산시장이 본부석에 앉은 그 앞을 줄지어 입장하던 행렬은 선두 하동읍을 시작으로 서 시장의 앞으로 방향을 틀어 선채로 ‘신공항은 가덕도로…’를 삼창 했으며, 순간 잔뜩 고무된 듯한 시장의 얼굴은 매우 흡족해 하고 있었다.
필자는 다시 주변의 몇몇 기자들과 읍면 향우회의 관계자들에게도 ‘이건 뭔가 크게 잘못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래도 먼 고향에서 아침일찍 나서 이 자리에 참석해 있는 하동의 군수는 경남 하동의 군수이고, 도의회의 의원은 경상남도의 의원이며, 하동군의회 의원들은 경남 하동군의 의원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난감한 상황을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필자의 말에 모 기자는 ‘그렇지 않아도 지금 단상위에서 손을 흔드는 군수님 입장이 참 난감할 것 같다. 엊그제 경남지사, 경북지사, 대구시장, 울산시장 등이 나서서 의기투합해 영남권 신공항 밀양시 유치의 뜻을 확고히 했는데, 그렇게 정치판 싸움으로까지 번진 민감한 사안을 두고서 경남 하동의 군수가 “신공항은 가덕도로” 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군민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저 모습이 도지사 눈에 들어 갈 것이 분명한데 참 황당하다’고 했다.
향우회는 어떤 이해 관계로 얽키고 설킨 정치판의 현안 문제들에는 어떤 관여를 해서도 안되고, 말 그대로 향우회는 향우회(鄕友會)여야만 한다. 따라소서, “고향 하동 갈사만의 깊은 잠을 깨우자”라던지 “우리 고향의 친환경 농산물 애용을 생활화 하자” 또는 “우리들의 고향은 하동! 어디 우리가 남이가” 등 차라리 이같은 내용의 현수막들이 내걸리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하동으로 돌아와 저녁 무렵에 부산의 몇몇 지인들과 전화 통화중에 낮에 벌어졌던 해당 사실을 지적 했더니 하나같이 놀라며 하는 대답은 ‘그것이 사실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