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시인

선거가 끝났다.
선거는 바람이었고 새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거대한 물결이 되어 여소야대의 국회로 정치판을 바꾸어 놓았다
T.S 엘리엇은 '황무지'를 통해 생명의 부활을 약속받은 찬란한 계절에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기술문명에 갇힌 인간성을 4월에 빗대어 꽃이 피고 생명이 약동하는 아름다운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다.
우리주변을 돌아보면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갈 곳이 없고, 직장을 나온 베이비 붐 세대들은 할 일이 없고, 날로 커지는 빈부 격차에 희망을 잃은 서민들에게는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황무지 같은 영역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열심히 일해서 좋은 나라 만들겠다”며 정당과 후보자들이 선거 전에는 허리를 굽혀가며 국민을 섬기는 머슴흉내를 내다가 선거가 끝나면 국민이 섬겨야 하는 상전이 된다. 국민과 한 약속은 선거가 끝나면 떼어버리는 일회용 반창고처럼 까맣게 잊어버리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소속된 정당의 이익 대변하는 정당의원으로 탈바꿈 하는 것을 우리는 무던히도 보아 왔다.
이런 거짓말에 뻔히 속는 줄 알면서도 맘씨 좋은 국민들은 표를 주고 헛공약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무덤덤하게 돌아서서 욕 한번 하고 씩 웃어버린다.
선거철 마다 공약으로 내건 약속들이 절반만 제대로 지켜졌으면 벌써 복지국가가 되고 부자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역대 최악이라던 19대 국회의 법안 가결율이 31.6%에 그친 반면, 18대는 44.4%, 17대 50.4%, 16대 62.9%, 15대73.0%로 대를 거듭 할수록 점점 퇴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정부질문에서 산회 때까지 4년 평균 참석률은 30%를 밑돌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본회의 표결 참여율이 94.2%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국민을 위한 일에 무관심하고 정당의 이익에 충실한 집단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서버프라임모기지 때 가계부채가 130%인데 반해 2014년 가계부채는 164.2 %로 이미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며 2015년 가계부채가 1200조까지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민생보다는 선거구 획정을 어떻게 해야 우리당에 유리 할까 고민하며 막판까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다.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에는 두려움이 행동의 동기가 되어 자기중심적, 방어적인 삶을 살게 되며, 타인을 위해 내어주는 돌봄과 배려의 삶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지고 공동체 형성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들의 권익과 소속된 집단의 이익 앞에서는 동물국회가 되고, 국민의 이익 앞에서는 식물국회가 되는 우리국회를 보면서 국민을 배려하는 정치를 하였는지 이번 선거를 통해 묻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이 승리하고 국민이 패한 나라에서 정치인은 즐겁지만 국민들은 슬프다.
4.13 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만큼은 국민이 승리한 선거였다는 것을 20대 국회가 증명해 주면 좋겠다.선거 전에 후보자와 운동원들이 열심히 몸을 흔들며 추던 그 춤을 이제부터는 국민들이 추게 하라.
그리하여 신명나는 대한만국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20대 대한민국 국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