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이정석 훈장

어쩌다가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하는 부모 아래서 반듯한 자녀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행운은 특별한 경우에 어쩌다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행운이 찾아와도 그 상장은 자녀 스스로가 갖는 것이지 부모의 몫이 아니다. 요행을 바라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녀 교육의 면에서 보면 그런 요행을 바라는 것보다 어리석은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어리석은 부모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자녀를 비뚤게 자라게 하는 행동을 하는 부모를 볼라치면 그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부모는 자신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반성의 거울 앞에 서서 부모는 스스로에게 이런 식으로 물어 볼 수 있다.

나는 권위만 내세우는 독재형은 아닌가.
나는 사랑이 없는 냉혈형은 아닌가.
나는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폭력형은 아닌가.
나는 성격 급한 과격형은 아닌가.
나는 이해와 양보가 부족한 이기적인 형은 아닌가.
나는 매사를 나쁘게 보는 부정적인 형은 아닌가.
나는 밖으로만 도는 무관심형은 아닌가.
나는 흥청거리는 논다니형은 아닌가.
나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위선형은 아닌가.
나는 불성실한 떠버리형은 아닌가.

자녀 교육에 해악을 끼치는 좋지 않은 유형은 이 밖에도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다. 부모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내 자신의 단점을 고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자녀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력을 막을 길이 없다.
부모가 자신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밖으로 탓을 돌려 자녀가 사귀는 친구가 문제니, 학교 교육이 문제니, 이 사회가 문제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녀에게 직접 하는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자녀의 눈에 비치는 부모의 말과 행동 모두가 교과서의 중요한 학습 단위가 된다. 그 가운데 부모가, 그러니까 부부가 서로 상대를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도 자녀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그 어떤 교훈적인 사례와 비할 바가 아니다. 부모가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는 누가 따로 시키지 않아도 부모의 말과 행동을 존중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부모의 가르침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녀의 몸과 마음으로 전해진다.
또한 자녀는 부모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만드는 바람직한 사람 관계를 배우고, 성장한 후에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서로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면 자녀는 혼란에 빠지다가 끝내는 부모의 가르침을 거부하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무시당하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혹은 어머니로부터 비난받는 아버지의 훈계를 어느 자녀가 잘 따르려 하겠는가.
자녀는 부모의 가르침에 반발만 하는 게 아니다. 갈등하는 부모를 보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이 깨져, 불안한 상태에서 사물을 보고 사람을 대하게 된다. 그러니 효율적인 학습도 어렵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올바른 관계를 맺기도 쉽지 않게 된다.
자녀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며 자신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자녀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아를 보면 그 뒤에 있는 문제 부모가 상상되고, 잘 자란 아이를 보면 그 부모의 사람다운 향기가 느껴진다.
아이를 낳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낳은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자녀를 올바로 가르치려면 부모 스스로가 훌륭한 교과서가 되어야 하니, 부모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다. 아마도 자녀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