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운동의 일환으로 학부모연대가 설치한 현수막을 하동군이 무단으로 강제 철거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명백한 불법이며 직권남용이다. 이번에 하동군이 철거했다가 다시 재부착한 경위를 살펴보면, 이번 현수막 강제철거 과정이 단지 일회성 해프닝으로 보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뭔가 의구심이 있어 보인다.
지난 9일 학부모연대와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하동군주민소환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군내 13개 읍·면에 30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윤상기 하동군수, 이갑재 도의원 주민소환추진 청구인 공동대표 공개모집. 홍준표·윤상기·이갑재, 아이들 밥도둑, 주민소환으로 심판합시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추진위가 제작하여 군청의 검인을 받아서 하동군 13개 읍면에 내건 현수막은 30개다. 이 중 하동읍, 화개면, 악양면 등 6개 읍면에서 16개를 철거했다가 재부착 했다고 한다. 하동군청 소속 도시건축과 담당 유00 계장은, “담당공무원이 판단하기에 현수막 내용 중 밥도둑이라는 용어가 명예훼손과 관련이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법률적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 이미 내걸었던 현수막을 강제철거 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하동학부모연대 이단비 대표는 “하동군이 자행한 명백한 정치활동 탄압이고, 담당공무원 한사람의 판단에 따라 이미 선관위와 하동군에서 게시를 허가해준 현수막을 강제철거 한 것이라면서, 군수에게 과잉 충성한 불법이다”라고 강조한다. 정상적으로 처리한 행정업무인데, 군청 도시건축과에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불법적으로 급히 철거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이 들게 한다.
물론, 하동군이 자문 받은 결과, 현수막 내용에는 아무런 법적하자가 없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옥외광고물 등에 관한 관리법과 시행령에 비추어 이번 추진위가 게시한 현수막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6조에는 누구든지 금지광고물 등은 표시하거나 설치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다. 여기서 금지광고물 등이란 도로교통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범죄행위를 정당화 하거나,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 등이다. 그런데, 선관위와 해당공무원이 검인하여 수수료까지 받은 현수막을 군이 스스로 철거 지시를 하였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사는 것이다.
현수막은 인류의 오래된 의사전달의 수단이기도 하고, 오늘날에는 합법적인 정치활동의 수단으로 보장되는 옥외광고용 부착물이기도 하다. 벽보, 전단지, 피켓 등도 유사한 옥외광고물로 분류된다. 개인과 공공기관의 홍보수단으로서 널리 이용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헌법적 가치가 내재해 있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정치활동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불법현수막이 난무하고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도시미관을 해치기도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수단의 하나이다. 그래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각종 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추진위는 현재 홍준표 경남도지사, 윤상기 하동군수, 이갑재 경남도의원, 김선규 화개·악양·적량 군의원의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홍준표지사 소환운동은 경상남도 전체지역에서 진행되고 있고 추진위가 연계하여 전개하고 있다. 윤상기군수와 이갑재도의원은 추진위가 군단위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그리고 김선규군의원은 화개·악양·적량 선출지역구에서 소환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추진위는 하동군주민소환추진 청구인 공동대표를 공개모집하고 있는 단계이다. 늦어도 다음 달 초쯤에는 본격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8월 말경에는 선관위에 주민소환 투표를 위한 서류접수를 마칠 예정이다. 투표시점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하는 날짜가 된다.
현실적으로 다가온 주민소환운동이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밥도둑의 원조격이라 할 만한 홍지사는 주민소환운동에 당당히 응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주민소환제가 시행된 2007년 이후 총 5번의 주민소환운동이 싱겁게 끝났기 때문에 지나치게 자신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혹자는 홍지사가 위험한 베팅을 했다고 꼬집기도 하지만 최소한 도지사로서 자기의 자존감은 지키고 있다고 보여진다. 누가 이길 게임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최소한, 우리는 우리 하동군수가 어떤 난간에 봉착하더라도 단체장으로서 자존감만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자기가 펼친 정책을 평가받는 주민소환운동에 당당히 임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