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기 하동군수의 무상급식 중단 행정과 군민을 대하는 세련되지 못한 행동들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16일, 학부모연대 학교운영위원회 청년연합회 민본 등 1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가칭)하동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윤상기 하동군수 주민소환운동을 추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본보 6월 25일자 기사 참조). 필자는 역사를 통해 오늘을 생각해보자는 뜻으로 하동군 핫 이슈를 재조명 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주민소환운동과 다산의 목민심서를 바탕으로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유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유배생활 18년 동안 50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그 중 목민심서가 단연 으뜸이다. 책에서는 목민관인 지방수령은 백성과 항상 가까이 하는 직으로서 다른 관직보다 그 임무가 중요하므로 반드시 덕행, 신망, 위신을 갖춘 적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목민관은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을 기본으로 삼아 백성의 뜻을 조정(중앙정부)에 잘 전달하고 조정의 부당한 압력은 배제해 백성을 잘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정치권에는 무상급식이 이슈화 되어 국민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학생급식문제에 직면하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상남도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고, 이어 지난 6월 11일 하동군의회 역시 전국을 통틀어 시군구 단위에서 처음으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조례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이 조례안은 중단된 무상급식 예산의 항목을 변경해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한 것으로, 극소수 학생들만이 현금카드처럼 지원받는 방식이다.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청을 통해 제공되던 밥값이 하루아침에 학부모에게 전가돼버린 것이다.
어른들 정치놀음에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변명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한마디로 조삼모사, 조령모개식 행정이라 불릴 만한데 일부에서는 그러한 자기들의 방식과 행정이 옳다고 한다.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조례안’은 처음부터 학부모와 군민들의 반발을 일으키고 그 부당성을 지적받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하동군 의회마저 윤상기 군수의 주도 하에 홍준표의 선봉대 역할을 해버린 것이다. 다산선생께서 들으면 무덤에서라도 벌떡 일어날 일이 2015년 대한민국 하동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산의 목민심서에 의하면 목민관으로서 하동군수는 광역과 중앙정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더라도 소신 있게 막아서고 군민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하동군수와 군의회는 오히려 나팔수 선봉대 홍위병이 되어, 군민들 입장에서 볼 때 부당한 행정을, 그것도 전국에서 제일 먼저 조례안을 만들어 시행한단다. 현실적으로 학부모입장을 생각해보면 자녀 2명을 둔 경우 매달 15만 원 정도를 새롭게 부담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취재에 따르면 군수가 군의회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올 때 학부모 한 명이 조례안의 부당성에 대해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우리 존경하는 군수님께서 그 학부모를 밀치고 윽박지르고 막말까지 하면서 아주 격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보여 주셨다고 한다. 이쯤 되면 덕행, 신망, 위신을 갖춘 목민관이 아니다. 나는 아직까지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이 군민에게 막말과 격한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마 이것 역시 전국 최초의 사건이리라. 학부모연대에 따르면 군수는 여태껏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단다. 필자가 SNS를 통해 군수에게 댓글로 의견을 물었으나,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란다. 오히려 목적달성을 위해 군수 관련 허위사실을 퍼트린 사람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나는 수사당국이 제발 이 사건을 정식으로 조사해서 시비를 가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독자들께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인으로서 취해야 될 상황수습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일 위 취재내용이 사실이라면, 한마디로 방약무인이 아닐까!
방약무인이란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무례하거나 교만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표현할 때 곧 잘 인용되는 표현이다. 오늘날 비슷하게 안하무인이란 말도 쓰인다.
참다못한 군민들이 하동군수 주민소환운동을 추진한다고 한다. 학부모들과 청년연합회, 재야지식인 등이 주체이고 그 호응도 또한 예사롭지 않다. 대부분 30~50대로, 우리사회 하동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대이다. 가장최근의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에 의하면 경남도민 67.4%는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주민소환제는 군수의 경우 유권자 15%의 서명과 1/3의 투표율, 투표자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진행된다. 아시다시피 지방선거 당시 윤상기 군수는 24.7%의 낮은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75.3%의 비지지층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군수 입장에서 결코 주민소환제가 만만하거나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지금 하동군에서 이 운동이 두려운 사람은 딱 한 사람일 것이다. 최초의 그 한 사람에게 묻고자 한다. 주민소환운동이 두렵지 아니한가?
‣이인수 논설위원(51세) 소개
본적/주소 : 하동군 금성면 갈사리
학력/경력 :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무특보, 노현송의원실 수석보좌관, 손학규후보 대선캠프 상황실장, 강창일의원‧박기춘의원 특별보좌관, 입법학연구소 전문위원, 갈사리 연막마을 이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