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커피를 마십니다. 그 커피가 어떤 커피이든지 우리나라 성인의 거의 80%는 매일매일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며, 그 중의 일부는 습관적으로 아주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기도 합니다. 우리는 막연히 그냥 커피를 마십니다. 우리의 커피에는 제가 이전에 열성적으로 말했던 커피농장노예의 눈물이라든지, 교황 클레멘트 8세의 커피세례라든지, 유럽의 정신을 성장시킨 커피의 저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작금의 현대인들이 마시는 커피입니다.
베토벤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베토벤은 매일 아침 잘 구워진 커피콩을 60알 손으로 정성스럽게 세어서 골라냅니다. 그 커피콩들을 잘 그라인딩합니다. 그리고 정성들여 커피를 추출하여, 60개의 영감을 찾으려 애쓰며 커피를 “음미”하였습니다. 그 커피는 고전음악의 대가, 음악의 성인 베토벤의 아침을 열고 하루를 시작하는 귀중한 동반자였습니다. 우리는 한 잔의 커피를 두고 그렇게 마시고 있는지요?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깨우기 위해 습관적으로 물에 타거나 내려서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나의 아침을 열고, 나의 하루의 인생을 시작하는 소중한 친구로서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물론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구워진 원두를 갈아서 제대로 마시는 것만이 커피를 제대로 마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미 칼럼을 통해 보셨듯이 세계를 움직였던, 세계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세계의 거장들이 사랑하였으며 사람들의 인생과 영성, 지성을 지배했던 영적음료로서의 커피를 한번쯤은 생각해보면서 마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커피는 농산물로서 전 세계 물동량의 1위를 차지합니다. 쌀이나 밀, 옥수수가 아니라 커피가 전 세계를 움직이는 제 1의 농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농업도시인 우리 하동에서 앞으로 커피를 재배하여 상품화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혹자는 더운 곳에서만 자라는 외래 품종인 커피가 어떻게 하동에서 자랄 수 있겠냐고 반문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강원도에서 커피를 재배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커피를 재배하여 ‘제주도産’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신적문화적 영역에서 뿐 아니라 이처럼 경제적인 영역에서도 참 매력적인 것이 바로 ‘농산물로서의 커피’인 것입니다.

세계는, 문화적인 의식과 함께 경제적인 패러다임도 시시각각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의식과 경제적인 패러다임이 잘 조화된 것이 바로 커피입니다. 사람은 영적인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커피를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되었고, 밥값을 줄여서라도 커피를 마시며 정신적인 영역을 충족하려 합니다. 그것은 세대를 내려갈수록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커피회사들은 이에 발맞추어 여러 가지 기능성 커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헤이즐넛이나 바닐라 등의 향이 가미된 가향커피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믹스커피, 디카페인 커피, 그리고 거기서 더 진보하여 이제는 여러 가지 허브차나 일반 약재(인삼이나 녹용 등)를 혼합하여 만들어낸 커피도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처럼 인간의 생각과 상상에 따라서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많은 종류의 커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순수하게 커피차원에서 본다면, 이전의 에스프레소 방식이나 일본의 드립방식을 넘어서 여러 가지 다양한 기구와 방법들을 고안해 내어 커피 마시는 법을 개발하고 음미하고 전하고 있고, 더 많은 방식들이 경제적 차원에서 개발되고 전파될 것입니다.
그처럼 커피의 특징은 그 다양성에 있습니다. 커피가 발원된 아프리카지역의 커피음용법이 정석이 아니듯, 우리가 흔히 마시는 카페커피나 일본식 드립도 정석이 아닙니다. 커피를 마심으로 행복해지고, 함께 마시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시는 것으로 즐거워지는, 그런 우리만의 커피문화를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넘버 원이나 인도네시아산 사향고향이 커피 루왁만이 고급커피라고 말하는 것은 경제적인 가격의 잣대로 만들어놓은 것일 뿐입니다. 우리는 믹스커피를 마시면서도 행복해할 수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잘 숙련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면서도 즐겁고 설렐 수 있습니다. 커피는 내가 즐기고 함께 있는 사람과 소통이 되면 좋은 소통의 음료인 것입니다. 일주일에 아니 한 달에 한번쯤은, 아내나 남편, 아이들과 함께 카페로 걸음해보십시오. 커피나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자신의 속내를 내비쳐 보십시오. 아마도 가족간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 것입니다. 집안에서 커피타임이나 티타임을 갖는 것도 좋지만 공적인 공간에서 갖는 커피타임은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인 부분에서 더 많이 자신을 발견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더 좋은 공간인 것입니다.
다음은 양탕국아저씨의 커피제안입니다.
1. 커피를 마시면서 그 커피 자체를 느끼도록 음미하면서 마셔보자.
2.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들 모두 집이나 카페에서 커피~티타임을 가져보자.
3. 한번쯤은 커피에 관해 공부해보자. 커피에 관한 공부는 단지 커피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여러 가지 문화와 예술을 공부할 수 있다.
4. 한 권의 책을 가지고 혼자서 커피를 마셔보자. 그 책은 좋은 커피친구가 된다.
5. 끝으로, 저희 카페에는 가끔 노부모님을 모시고 커피를 마시러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참 보기에 좋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나 아버지,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커피를 마셔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6. 이상으로,,, 양탕국아저씨의 커피여행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