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커피의 전파, 그 비밀 이야기

지난 시간에는 커피의 기원에 관한 수긍되기도 하고, 의문스럽기도 하고, 믿어지지 않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여러분만의 커피의 기원을 만나보셨나요?

제게 있어 커피의 기원은, 바로 생두 한 알에 있습니다.

신은 땅을 축복하시고,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을 축복하였습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혹은 그들이 먹고 살아가는 식물이나 작은 벌레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의 축복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게로 향하였고, 지금도 향하고 있습니다. 축복은 바로 사랑, 생명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생명에너지에는 육체적인 에너지와 정신적 에너지, 영적인 에너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살아있는 쌀알을 도정하여 물을 넣고 솥에 삶아내는 것입니다. 쌀과 물 외에는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는 우리 몸의 원천인 밥, 이것은 우리 육체적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이 육체적 에너지가 근간이 되어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가 잉태되게 됩니다. 생두역시 그러합니다. 생두는 껍질을 벗겨 땅에 심으면 거기서 싹이 트고 자라 큰 나무가 됩니다. 생두는 불을 가하여 볶아낸 후 갈아서 물을 넣고 그것이 가진 성분을 뽑아내어 마십니다. 이 커피는 그 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약리성이 가해진 육체적 에너지가 되고, 이 육체적 에너지가 근간이 되어 우리의 영적 에너지의 원천이 됩니다.
이렇듯 영적 에너지의 원천인 커피는 생두 한 알에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지난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서 살펴보았듯이 커피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 의해 사랑받고 귀하게 대접받았습니다.
아프리카의 작은 지방에서 발원하여 전 세계를 퍼져나간 커피, 발이 없는 커피가 지금처럼 전세계 약 100여개 국가에서 활발히 재배되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커피를 사랑한 사람들에 의한 커피전파가 있었겠지요.
오늘 이 시간부터는 비사료적이고 추측적인 것, 사료적이고 공식적인 통로로, 사료적이고 비공식적인 통로로 커피가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간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되어 처음에는 그냥 야생상태의 체리를 채취하여 말리거나 볶은 다음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썼습니다. 특히 밤새워 기도하는 종교적 의식행사에서 그 효능을 발현하게 되는데요, 그 이후 수피승들에 의해 알음알음 예멘으로 들어가게 된 커피. 커피는 그렇게 예멘으로 들어가서 각 지방으로 안착되기까지 공식적⦁사료적으로는 약 300~400년 정도가 걸렸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커피의 예멘전파는 약 11~12세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 이전 강대국이던 에티오피아가 아라비아반도를 점령하면서 커피가 전달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이렇게 본다면 에티오피아의 예멘 커피전파는 약 몇 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여하튼 커피는 여전히 에티오피아에서 공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멘의 수도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음료가 된 커피 -한 때는 이슬람에서도 역시 악마의 음료라고 하여 금지하기도 하였으나 커피가 주는 매력은 곧 금지령을 철회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공수된 커피가 떨어지면 커피를 못 마시게 되니 수도승들을 곧 현명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커피를 재배하기로 한 것이었는데요, 약 12~13세기서부터 수도원의 뜰에서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수도승들 뿐만 아니라 모스크에 예배를 드리러 오는 일반인들에게도 커피를 권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의식음료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수도원의 경제적인 충당수단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물론 수도승들은 철저히 은밀하게 커피를 재배하였지요. 만약 커피재배법이 알려지고 일반인들이 재배를 하게 되면 커피의 희소가치가 떨어져버리니 비밀리에 재배하였던 것은 충분히 추측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이후 15세기에 커피가 예멘 일반에 재배되고 베니스로 수출될 때에도 볶은 커피를 수출할 정도였으니 예멘은 커피재배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12세기 즈음에 커피가 재배되면서 사람들은 커피의 상업성에 눈을 뜨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 커피는 10세기를 전후하여 에티오피아보다는 에멘에서 활발하게 재배되고 통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아라비아의 수도승이나 의사들, 철학자들에 의해 커피의 효능이 적힌 보고서나 책이 발간되기도 하였으니까요. 10세기 이란의 철학자이자 의사인 라제스(Rhazes)나 페르시아의 아비세나(Avicenna, Ibn Sinā 이븐 시나, 역시 철학자이자 의사)는 「반캄(Banchum, Bunchum분춤)」이라는 의학보고서적에서 커피의 의학적인 효능을 연구하여 발표하면서 ‘위장에 좋다, 귀가 아픈 것에서부터 눈과 간의 질병까지 모두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등의 의학적 효능과 함께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운이 솟는다’라는 효능까지 더해지면서 약리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서 기호음료로 발전되게 됩니다. 이로써 커피는 약초에서 기호음료로 변신을 꾀하게 되는데요, 이후에 커피는 아라비아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일반화되고, 14세기 이후 오스만투르크제국(지금의 터키)의 아라비아점령으로 터키 이스탄불에 소개되고 터키는 커피를 유럽으로 전파시키는 중요국가가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터키가 아라비아를 점령하여 커피를 접하고 이로써 유럽각국으로 퍼져 나가게 되는 과정을 보시게 될 텐데요, 비사료적이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한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터키의 유럽 점령 이전에 이미 커피가 조금씩 유럽으로 들어왔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그것은 바로 10~11세기, 약 200년간 세계사를 잠식했던 ‘십자군원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8차에 걸친 십자군원정으로서, 예루살렘 정복이라는 기치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세계로의 십자군 원정은, 기록에 남아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슬람사원을 침략하면서 커피를 접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이슬람을 정복하기 위해 십자군들은 이슬람사원을 침략했을 것이고 그 와중에 이슬람사원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커피를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비사료적이고 추측적인 것이긴 하지만 커피의 전파매력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긍정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십자군원정은 성공하지 못하였고, 커피의 유럽 전파는 그 뿌리를 서서히 내리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커피쟁이들의 추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