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설계하고 미래를 생산하는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흔히들 앞으로의 시대는 감성과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합니다.
이전의 물질과 이성, 산업화에 따른 경제적인 활성화가 중요시되었던 시대로부터 개인의 생활과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영역의 비중이 커가는 시대가 되겠지요.
요즘 직업 박람회나 직업 설명회 같은 곳에서 거론되는 분야의 일들은 미래의 복지분야나 문화사업, 분배가 중요시되는 공정무역분야,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 관한 상담분야 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커피업의 분야인데요, 그러면 커피는 왜 미래직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인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여러분, 커피로 시작된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커피’, 하면 얼른 생각나는 것은 바로 커피를 만들어 대접하는 바리스타입니다.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의 주제가 바로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였고, 그 전후로 많은 사람들이 커피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커피를 주제로 하는 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커피만큼 박해를 많이 받았던 음료도 없었습니다.
커피가 처음 발견되어 음용되기까지 첫발을 디뎠던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커피는 처음에 ‘악마의 음료’라고 하여 금기시되었고, 중세 유럽에서도 커피를 ‘이슬람의 와인’이라는 명칭을 붙여 배척하였습니다. 1605년 교황 클레멘트 8세가 먹는 음료로서는 처음으로 커피에 세례를 내리기 전, 그리고 그 이후로도 커피는 참으로 수많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16세기 초, 메카의 총독 카이르 베이는 커피가 주는 각성적인 효과를 ‘종교를 타락시킨다’는 누명을 씌워 금지시켰습니다. 그는 메카의 모든 커피하우스를 폐업시켰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메카를 통치하는 군주였던 술탄에 의해 거부되었으며 커피하우스는 다시 문을 열었고 커피는 또다시 음용되었습니다.
17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커피하우스에 반대한다’는 주제의 탄원서가 유포되었습니다. 여성출입금지구역이었던 커피하우스로 인해 가정생활이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 여성들의 커피반대 탄원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탄원은 이후 여성들의 출입이 가능한 커피하우스가 생기면서 의미없는 탄원이 되어 버렸습니다. 곧이어 찰스 2세에 의해 커피하우스 폐쇄명령도 포고되지만 며칠이 못 가 철회되고 마는 에피소드도 일어납니다.
18세기 말엽, 프로이센(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는 국내 모든 커피거래를 통제하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커피향 검사관’ ‘커피냄새 탐지원’ 등의 이름으로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커피를 볶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이색적인 직업도 있었으니, 커피의 역사는 참으로 파란만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커피 장례식까지 치른 웃지 못할 헤프닝을 벌이기도 한 스웨덴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몇 차례에 걸쳐서 커피를 금지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검은 상복을 입고 장송곡을 부르며 커피박해를 애도하였던 나라가 지금은 북유럽 제 1위의 커피 소비국가이자 고급커피만을 마시는 국가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는 커피를 카페인의 주범으로 하였고,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병원을 가면 으레 의사들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기 위해 복용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커피를 제 1순위로 꼽았습니다. 지금도 카페인을 줄이기 위해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이렇듯 커피는 역사적으로 참 많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커피는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었고, 지금도 또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커피문화가 귀족문화로 꽃피웠던 유럽에서는 커피만을 만들어 주인에게 서비스하는 시종이 있었습니다. 귀족들의 저택에서는 커피살롱이 만들어져 커피를 마시는 모임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 때에도 커피를 만들어 대접하는 중세 바리스타가 있었겠지요? 우리나라 역시, 처음 고종황제가 커피 맛에 반해 궁중에서 커피를 마셨을 때, 커피시중을 드는 ‘손탁’이라는 독일계 러시아 여성이 등장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최초 바리스타라고 봐도 되겠지요? 몇 년 전 개봉한, 대한제국시대의 커피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도 고종황제의 커피시중을 드는 여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아무튼 커피는 이렇게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와 박해의 역사를 거쳐서 생존하였습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커피의 세계, 그것이 바로 커피의 매력입니다. 커피쟁이의 역사 역시, 지금도 바리스타, 로스터, 커퍼라는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생존하고 있고, 역사 속에서도 보았듯 앞으로도 면면히 생존해 나갈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바리스타나 로스터, 커퍼 등 커피 분야의 기능인(技能人) 뿐만 아니라 양탕국인(洋湯국人)이라는, 커피에 문화와 예술, 인문학적 관계를 접목한 새로운 커피쟁이의 세계로 여러분을 인도하고 싶습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역사, 커피 한 잔에서 우러나는 문화, 커피라는 한 잔의 그릇 속에서 묻어져 나오는 영성의 깊은 향기로, 커피가 주는 불멸의 뜨거운 사랑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다음은 양탕국아저씨의 커피예찬입니다.

<불멸의 사랑>

나는 지금 사랑을 나누고 있지, 짙은 향취의 사랑을.
입술로, 호흡으로, 눈빛으로, 느낌으로, 감촉으로 사랑을 나눈다네.
난 지금 사랑을 나누고 있지, 짙은 향취의 사랑을!
그 모든 것은 나의 조각, 누구도 내 사랑으로부터 외롭지 않으리.
두려워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는 불멸의 사랑 속에 거하느니......

- 양탕국아저씨의 커피예찬 <불멸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