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굽이 넘어 가는 길

냇가 갈대가 마음을 재촉하는 듯

휘감아 도는 물길 따라 가면

아무도 오지 않는 도장골 빈집 앞

하루 두 번 오는 시골 버스를 기다려

마당에 엎드린 강아지 우는 소리에

경적 울리며 지나간다

마음 분주한 농부들은 가을을 저장하고

늙은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콩 껍질 나누며

반짝 뜨거워진 가을볕에 널어 말리는 홍고추는

해 그림자 따라 돌려 옮기고 뒤집어 준다

조금씩 단념하며 돌담장 더듬어 살다보면

이제 곧 찬 서리 내리고 드센 북풍이 휘감을 때

적막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세월을 견디려면

스텐 그릇에 담긴 커피 투박한 손에 들고

댓돌 위 털 고무신처럼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어야 한다